
'성과급 계산기'가 등장했다. 삼성전자(260,000원 ▲3,000 +1.17%)와 SK하이닉스(1,674,000원 ▲21,000 +1.27%) 직원들의 성과급을 계산해준다. 예상 영업이익을 넣으면 정해진 산식에 따라 성과급 규모를 보여준다. 세전과 세후 금액도 친절히 알려준다. '삼전닉스' 직원이 아닌 직장인도 접속해 슬쩍 계산해본다.
숫자는 놀랍다. 증권가가 예상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267조원을 대입하면 직원 1인당 평균 세전 약 7억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단순 계산이고 실제 지급액은 개인과 지급 방식, 세금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래도 '억' 소리가 난다.
그런데 최근 SK하이닉스 노사가 마련한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은 생산직(전임직) 노동조합 찬반투표에서 불과 25표 차이로 부결됐다. 전액 현금으로 주던 성과급을 40%는 현금, 60%는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으로 바꾸는게 핵심이었다. 자사주의 경우 40%는 바로 팔 수 있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받을 수 있다. 2027년에는 현금 비중을 최대 80%까지 높일 수도 있다.
노사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3가지 주가 산정 방식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으로 지급 주식 수를 정하고, 지급 다음 날 주식을 팔아 손실이 발생하면 차액은 물론 보전금에 붙는 세금까지 회사가 메워주는 방식이다.
성과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 많이 벌었으니 많이 받겠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회사가 약속한 보상 체계를 1년만에 변경하려 한 것도 문제로 볼 수 있다. 반대표를 던진 직원들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그래도 씁쓸하다. 반도체 왕국의 성 밖에는 성과급은커녕 취업의 문조차 넘지 못한 청년들이 서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주요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 N%' 성과급을 도입한 첫 회사다. 이익이 커지면 보상도 제한 없이 커진다. 그렇다면 책임도 함께 커지는 것이 맞다.
예상 영업이익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지금, 'N% 성과급'을 도입할 때와 상황이 다르다. 보상이 커질수록 사회의 잣대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자사주 지급과 적자 발생 시 임금의 최대 3%를 이연하는 방안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성과급 계산기의 숫자가 커질수록 회사 안에서는 환호가 커진다. 그러나 성 밖의 시선은 날카로워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계산기를 두드리는 손보다 호황의 무게를 헤아리는 차가운 머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