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직원들이 드론 배우는 이유[넷제로케이스스터디]

석탄발전소 직원들이 드론 배우는 이유[넷제로케이스스터디]

권다희 기자
2026.09.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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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석탄발전소 지역 '발전노동자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석탄발전소 폐쇄 후 스스로 '일자리 대책' 나서
태양광발전 및 발전소 유지보수 일자리 주목.."5년 내 일자리 90개 창출 목표"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충청남도 보령시 소재 석탄화력 발전소 전경/사진= 권다희 기자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충청남도 보령시 소재 석탄화력 발전소 전경/사진= 권다희 기자

"정부와 회사에 전환배치에 필요한 교육과 자격증 취득을 지원해달라고 계속 요청했지만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석탄발전소 폐쇄 이후에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보령·서천·태안·당진 등 충남지역 석탄발전소 협력사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발전노동자재생에너지협동조합'의 최성균 대표는 협동조합 출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초 발기인 7명으로 시작해 현재 100여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발전공기업의 협력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해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7월 설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 13일 충남 내포에서 열린 발전노동자 재생에너지협동조합 발족식 모습/사진출처=발전노동자 재생에너지협동조합 블로그
지난 3월 13일 충남 내포에서 열린 발전노동자 재생에너지협동조합 발족식 모습/사진출처=발전노동자 재생에너지협동조합 블로그
석탄발전소 닫은 후 '일자리 만들기' 스스로 나서

이들에게 '정의로운 전환'은 추상적인 정책 목표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할 현실의 과제다. 조합을 만든 최우선 목표 역시 '일자리 만들기'다.

석탄발전소가 폐쇄되면 발전사 정규직은 새로 건설되는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등으로 전환배치될 수 있다. 하지만 환경설비를 운전·관리해 온 협력사 노동자들의 사정은 다르다. LNG발전소에는 석탄발전소에서 사용했던 설비 상당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우리처럼 환경설비와 온실가스 관련 업무를 맡아온 이들은 복합화력발전소로 옮겨도 일할 직무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기다리는 대신 선택한 방법은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되는 것이었다. 조합의 목적은 출자자에게 발전 수익을 배당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태양광발전과 유지관리 사업을 키워 폐쇄되는 발전소의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조합의 '1호 사업'은 이미 추진 중이다. 충남 보령시에서 약 268킬로와트(㎾) 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 중으로, 토지 소유자와 임대차 계약을 협의하는 단계다. 보령과 서울의 건물 옥상 등 4곳에서도 태양광 설치 제안을 받았다. 어느 곳에서 첫 사업을 시작할지를 협력 기관과 논의하고 있다.

지난 7월 3일 충남 홍성군 공감마루에서 열린 발전노동자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창립총회/사진출처=발전노동자 재생에너지협동조합 블로그
지난 7월 3일 충남 홍성군 공감마루에서 열린 발전노동자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창립총회/사진출처=발전노동자 재생에너지협동조합 블로그
"발전소 일했던 경험으로 재생에너지 기술 빠른 습득 가능"

직접 발전소를 짓는 것과 함께 태양광설비 유지관리(O&M)도 주요 사업으로 삼을 예정이다. 보령지역 발전시설 3곳에서 이미 유지관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향후에는 드론을 활용해 태양광 패널의 상태를 점검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부 조합원은 드론 자격증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최 대표는 "발전소 노동자들은 전기기사·전기산업기사·기능사와 안전·설비보전 관련 자격을 갖춘 경우가 많고 용접 등 현장 작업에도 익숙하다"며 "추가 교육이 이뤄지면 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술도 비교적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조합은 발전소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안전관리 업무도 찾고 있다. 발전소 정비 현장에서 크레인이나 중장비가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주변을 살피고 수신호로 작업 방향을 알려주는 안전요원 등의 업무를 발굴해 조합원들의 일자리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2년 안에 5~10명을 채용하고, 사업을 넓혀 5년 안에 최대 90명가량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그래픽=김지영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그래픽=김지영
"사업부지 확보 지원 필요"

조합이 꼽는 가장 큰 과제는 사업 부지 확보다. 발전소 유휴부지나 공영주차장, 공공기관 건물 옥상 등을 적정한 임대료에 빌려 지역 노동자 중심의 협동조합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다. 최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와 발전사가 공유·유휴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가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한 데에는 지역의 쇠퇴에 대한 위기의식도 있었다.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노동자 개인의 일자리뿐 아니라 발전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경제도 흔들릴 수 있어서다. 그는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노동자가 일자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충남에서 먼저 모델을 만들고, 잘 정착하면 경남 삼천포나 하동 등 석탄발전소 폐쇄를 앞둔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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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1부 권다희입니다. 산업과 지역의 녹색전환, 재생에너지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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