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초호황 명암 (上)
메모리값 뛰자 삼성 세트는 '긴축'…엑시노스 철회에 인력 효율화까지
-갤S27 울트라 스냅드래곤 단독 탑재…물량 부족·재고 부담
-DX부문 AX 통한 FTE 20% 감축 지시…가전도 개선안 공모

삼성전자(210,000원 ▼22,000 -9.48%) DX(디바이스경험)부문이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이 지속되자 제품 전략을 바꾸고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갤럭시 S27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에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탑재 결정을 철회하고 인공지능 전환(AX)을 통한 업무 효율화도 추진한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27 울트라에 자체 AP 엑시노스2700을 적용하기로 한 결정을 최근 번복했다. 최상위 모델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단독 탑재하기로 했다.
당초 갤럭시S27 울트라는 스냅드래곤 단독 탑재를 전제로 개발됐다. 하지만 퀄컴의 차세대 칩 오류가 발생한데다 엑시노스2700의 성능이 기대치를 웃돌면서 삼성전자는 두 AP의 병행 탑재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 물량 부족과 추가 비용 확대가 엑시노스2700의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생산량은 전작(엑시노스2600)보다 10% 이상 늘었지만 울트라에 추가로 배정할 물량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삼성전자는 일단 일반·플러스 모델의 스냅드래곤 비중을 높이고 엑시노스를 울트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기존 부품이 재고로 남을 수 있는데다 울트라용 부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DX부문의 원가 부담이 뛴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용 저전력 D램(LPDDR5X)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78~83% 급등했다. 3분기에도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8~13% 추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울트라의 AP 공급 구성을 바꾸기 어려웠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시스템LSI사업부는 최상위 스마트폰으로 자체 AP 공급을 확대할 기회를 놓쳤다. 엑시노스2700의 성능 개선에도 DX부문의 비용 부담으로 인해 최종 결정이 바뀌게 된 셈이다.
DX부문은 인력 운영 효율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MX(모바일경험)사업부에는 최근 AX를 통해 전일제환산인력(FTE)을 20%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FTE는 업무 투입량을 전일제 근무 인원으로 환산한 지표로 실제 직원 감원과는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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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DX부문은 AI(인공지능)로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를 찾기 위해 직원들에게 담당 업무를 세부 작업 순서까지 적도록 하는 'L7'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약 15% 인력 감축 목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감원 우려에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조사가 중단됐다. DA(가전)사업부도 지난 8월부터 내외부 난제 해결을 위한 직원 아이디어 공모 서바이벌 'DA지니어스'를 진행하고 있다.
메모리값 급등에 도미노 '직격탄'…PC·스마트폰 이어 부품업계까지
-3분기 PC 출하량 20% 감소에 삼성·애플 스마트폰 부품 주문량 줄어..AI 활용 효율화·원가 절감으로 대응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업계의 호황이 PC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계에는 불황의 그림자로 다가왔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완제품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 수요가 위축되면서 부품 주문량까지 줄고 있다. 완제품 제조사와 부품업체들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와 원가 절감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15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27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1%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9.1% 줄었다. 통상 3분기는 연말 성수기를 앞둔 수요로 PC 출하량이 2분기보다 늘어나는 시기지만 올해는 오히려 역성장했다.
PC 시장이 얼어붙은 주요 원인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다. 메모리 구매 비용이 늘면서 PC 가격이 크게 오르자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다. 애플은 지난 7월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맥북 가격을 최대 300달러 인상했다. 여기에 추가 가격 인상을 우려한 소비자들의 선구매로 수요가 앞당겨진 점도 최근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30년 200달러 미만 스마트폰 출하량이 2025년보다 2억3000만대 이상(약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원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가 제품부터 시장이 무너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210,000원 ▼22,000 -9.48%) 갤럭시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 시리즈 등 고가 제품군도 시장 위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는 최근 협력사에 부품 납품량을 20~30%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애플 역시 최근 출시한 아이폰18 프로 등에 사용되는 일부 부품의 주문량을 15~20% 축소했다.
지난달 출시된 아이폰18 프로의 국내 출고가는 256기가바이트(GB) 모델 기준 199만원으로 전작보다 20만원 올랐다.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는 256GB 모델 기준 329만원으로 책정됐다. 삼성전자도 이달 초 갤럭시 S26 시리즈의 출고가를 일제히 인상했다. 가격 인상이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 디스플레이·부품업계도 영향권..고부가제품·원가절감으로 대응

완제품 업체들의 출하량 감소는 부품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문량 감소뿐 아니라 완제품 업체들이 메모리 구매 비용 증가분을 상쇄하기 위해 다른 부품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부담이다.
PC와 스마트폰 생산량 감소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패널 업체에도 악재다.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7,320원 ▼290 -3.81%)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각각 46.9%, 11.8%에 달한다.
TV 시장 부진으로 PC·태블릿과 스마트폰용 패널 사업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충격은 더 크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고부가 OLED 제품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LG이노텍(401,000원 ▼40,500 -9.17%)과 삼성전기(1,163,000원 ▼211,000 -15.36%)가 공급하는 카메라 모듈과 3D(차원) 센싱 모듈 등도 스마트폰 수요 감소의 영향권에 있다.
완제품 제조사와 부품업체들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메모리 가격이나 고객사 주문량보다 내부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AX(인공지능 전환)를 통해 연구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단순 반복 업무를 AI로 대체하는 등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AX를 통한 업무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 일부 부서에는 FTE(전일제 환산 인력)를 20%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FTE는 특정 업무에 투입되는 총근로시간을 직원 수 등으로 환산한 지표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인력 구조 효율화를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자부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완제품 고객사와의 물량 협의 과정에서 주문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이 전자제품 공급망 전반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