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링 떠난 '선출' 女 CEO의 리걸테크 도전…투자자 100만 유로 쐈다

복싱링 떠난 '선출' 女 CEO의 리걸테크 도전…투자자 100만 유로 쐈다

최태범 기자
2026.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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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씬] 10월 4주

[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VC(벤처캐피탈)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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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휴즈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에스테이트민 공동창업진 /사진=에스테이트민
이사벨라 휴즈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에스테이트민 공동창업진 /사진=에스테이트민

국제 복싱 선수 출신 여성 창업자가 상속 업무를 돕는 AI(인공지능)로 미국 법률시장 공략에 나섰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에스테이트민(EstateMin)이다.

아일랜드에서 창업해 미국 뉴욕 브루클린으로 본사를 옮긴 에스테이트민은 상속·신탁 전문 로펌의 업무를 AI(인공지능)로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 사업모델이다. 최근 100만유로(약 15억원) 규모의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아일랜드의 국가 창업지원 기관 NDRC와 퍼스트포트신디케이트, 정부기관 엔터프라이즈아일랜드가 참여했다. 엔터프라이즈아일랜드는 고성장 기업을 선별 지원하는 'HPSU(High Potential Start-Up)'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을 집행했다.

국제 복싱선수에서 법률가로…"왜 같은 정보를 두 번 타이핑하나"

에스테이트민을 이끄는 이사벨라 휴즈(Isabella Hughes) 대표의 이력이 독특하다. 그녀는 국제무대에서 뛴 복싱 선수 출신으로 '2023 해링게이 박스 컵'에서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고, '2022 아일랜드 대학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뛰어난 실적을 거둔 바 있다.

링을 떠난 뒤에는 법률사무소에서 리걸 이그제큐티브(법률 실무자)로 일했다. 창업 아이디어는 실무 현장에서 나왔다. 의뢰인이 제출한 정보를 변호사와 실무진이 다시 서류에 옮겨 적는 일이 매일 반복됐기 때문이다.

휴즈 대표는 "누군가 '고객이 이미 준 정보를 다시 타이핑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비로소 얼마나 많은 시간이 버려지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공동창업자인 오신 돌핀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상속 절차를 밟을 때 같은 문제의식을 느꼈고 그녀와 함께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에스테이트민의 플랫폼은 유언·상속 설계부터 상속 집행, 신탁 업무까지를 다룬다. 의뢰인 정보 수집을 디지털화하고 문서에서 데이터를 자동 추출해 서식 작성을 지원한다. AI 검토 기능은 서류를 훑어 누락된 항목이나 불일치, 추가로 필요한 서식을 제출 전에 잡아낸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미국 50개주에서 서비스가 이용 중이며, 777건의 상속재산 관련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관리하는 상속 자산 규모는 6억8600만유로(약 1조원)에 달한다.

에스테이트민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미국 내 고객 확보와 GTM(시장 진입) 조직 확대, 엔지니어링·제품팀 충원에 투입한다. 범용 법률 챗봇보다 상속·신탁처럼 서식과 절차가 정형화된 분야에서 작업 시간 절감 효과를 확실한 수치로 증명해 성장세를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AI 비서끼리 일한다…'타운', 서비스 4개월 만에 유니콘 등극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타운(Town)'은 1억800만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에 올라섰다. 지난 6월 서비스를 정식 공개한 지 4개월 만이다.

이번 라운드는 포러너벤처스와 멘로벤처스가 공동 주도하고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와 세레나벤처스, 퍼스트라운드캐피탈이 참여했다. 누적 투자유치액은 1억6000만달러(약 2100억원) 이상이다. 지난 6월에는 5500만달러(약 730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받았다.

타운은 2024년 미국 핀테크 기업 플레이드(Plaid)에서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장드니 그레즈(Jean-Denis Greze)와 구글에서 응용 AI 제품 디렉터로 일한 토니 빈센트가 공동 창업했다. 초기에는 세무 자동화 도구로 출발했다가 직장인용 개인화 비서로 방향을 틀었다.

핵심 사업모델은 기업 임직원 개개인에게 '타우니(Townie)'라는 전용 AI 비서를 붙여주는 것이다. 타우니는 이메일·캘린더를 비롯한 업무 시스템에 연결돼 실무를 처리한다. 차별점은 타우니끼리 서로 질문을 주고받고 승인된 정보를 공유하며 업무를 넘길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사외 고객·파트너와도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고, '공유 워크플로' 기능도 내놨다. 새로운 업무 정보가 생기면 직원 각자가 자기 비서를 일일이 업데이트할 필요 없이 조직 전체의 타우니가 자동으로 갱신되는 방식이다.

그레즈 대표는 "각 타우니는 담당자의 일하는 방식을 학습해 핵심 업무를 떠맡는다"며 "타우니끼리 서로 묻고 일을 넘길 수 있어 누구도 대기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 AI가 개인을 빠르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팀 전체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타운은 공개 몇 주 만에 수백만 달러 수준의 ARR(연환산 매출)을 기록했다. AI 비서 시장에 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개인 생산성'이 아닌 '조직 생산성'으로 전선을 옮긴 점이 차별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기업 AI 도입의 다음 과제가 개인 생산성을 넘어 조직의 협업으로 옮겨가면서 멀티 에이전트 협업이 AI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용 비서는 기능 경쟁이 평준화된 반면, AI 에이전트 간 정보 공유와 권한 관리는 기업의 보안·거버넌스 역량이 뒷받침돼야 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식물이 보내는 신호를 읽는다"…전기신호 해독 AI에 150억 뭉칫돈

일렉트릭플랜트 공동창업자인 리 폰 크라우스(왼쪽)와 저스틴 마스트가 센서가 부착된 나무 옆에 서 있다. /사진=일렉트릭플랜트
일렉트릭플랜트 공동창업자인 리 폰 크라우스(왼쪽)와 저스틴 마스트가 센서가 부착된 나무 옆에 서 있다. /사진=일렉트릭플랜트

사람의 문서를 읽고 직원 사이를 연결하던 AI가 이제는 식물 내부의 신호까지 해석하기 시작했다. 식물의 전기신호를 해독하는 AI를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 '일렉트릭플랜트'의 1120만달러(약 150억원) 규모 시드투자 유치 소식에 눈길이 쏠린다.

창업의 계기는 '움직이는 화분'이었다. 저스틴 마스트 CEO는 전동 받침대에 연결된 화분이 빛이 더 필요할 때 식물 조직에 흐르는 전류를 감지해 광원 쪽으로 스스로 이동하는 연구 사례를 접하고 이 분야에 빠져들었다.

이후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과제를 수행한 신경과학자 리 폰 크라우스와 함께 창업했다. 기존 농업 기술은 토양 수분이나 잎의 상태, 위성 영상 등을 통해 식물의 상태를 추정하지만 일렉트릭플랜트는 식물 조직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압 변화를 직접 측정한다.

3년간 데이터를 모아 만든 모델이 '봄바딜(Bombadil)'이다. 식물 줄기에 흐르는 미세한 전압 변화를 해석해 식물이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재배자에게 전달한다. 현재 고사리와 레드우드, 토마토, 달리아 등 약 125종의 신호를 해석할 수 있다.

센서는 아이폰을 길게 반으로 접은 정도의 크기다. 스테인리스 나사로 나무껍질 아래 살아있는 조직층인 형성층(cambium)까지 파고들어 마이크로볼트 단위의 변화를 포착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저전력 무선망으로 기지국에 전송된 뒤 클라우드의 봄바딜이 해석해 결과를 전한다.

경제성도 강점이다. 기존 토양 탐침이나 휴대용 분광기 등은 대당 수천 달러에 달하지만 일렉트릭플랜트의 센서는 수십 달러 수준이다. 에이커당 두어 개만 설치해도 충분한 정확도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관수·시비 일정을 조절하면 수확량을 늘리면서 물 사용량은 2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초기 고객 명단과 구체적인 현장 검증 결과는 아직 미공개다.

마스트 대표는 "기존 기술은 정교하지만 식물 내부를 들여다보는 능력은 정교하지 않고, 실시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지금은 듣고 있는 단계지만 언젠가 사람들이 식물과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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