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 삼양식품

"처음엔 매워서 못 먹을까봐 겁났어요. 그런데 '전 애인보다 더 핫하다'는 불닭 캠페인이 재미있어서 도전해봤는데 먹어보니 계속 생각나는 맛이에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부에나파크의 대형마트 타겟에서 '까르보 불닭'을 집어든 대학생 켈리씨(23)는 불닭볶음면을 처음 접한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불닭의 글로벌 캠페인 '하터 댄 마이 엑스(Hotter than my EX)'가 계기였다. 이별 후 자존감을 되찾는 순간을 불닭의 강렬한 매운맛과 연결한 캠페인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매운맛에 대한 두려움보다 캠페인이 던진 유쾌한 메시지가 앞섰고 그렇게 맛본 불닭은 이후에도 떠오르는 음식이 됐다.

삼양식품(1,228,000원 ▲39,000 +3.28%)은 매운맛을 찾는 상황에 주목한 뒤 불닭의 매운맛을 일상의 감정과 연결하는 데 주력한다.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지친 순간 불닭의 맛으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또 게임을 하다 출출할 때 등 특정 상황에 불닭을 떠올리도록 만드는 식이다. 글로벌 캠페인 '번 인투 더 모먼트(Burn into the moment·순간을 불태우다)', '하터 댄 마이 엑스'와 최근 발매한 노래 '크레이브 더 번(Crave the burn·타오름을 갈망하다)'에도 이러한 방향성이 담겼다.
신용식 삼양아메리카 법인장은 "소비자마다 지치거나 스트레스받는 순간이 다르다"며 "그럴 때 불닭의 강렬한 맛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듯한 경험을 하도록 마케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닭을 라면에 국한하지 않는 전략은 현지화 제품 확장으로도 이어진다. 음식 조리에 불닭 소스를 활용하거나 스낵과 간편식으로 불닭을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미국인이 즐겨 찾는 요리 맥앤치즈를 불닭 맛으로 만들거나 감자칩, 만두, 떡볶이, 볶음밥 등에 불닭 소스를 활용하는 식이다. 불닭 떡볶이는 현지에서 간식분야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불닭을 라면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여러 음식과 조합해 먹는 제품이 늘어야 브랜드를 접하는 소비자도 많아진다"며 "이런 경험 확대가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불닭 후속주자도 키운다. 간편 파스타 브랜드 '탱글'은 지난해 미국에 출시한 뒤 빠르게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면과 소스를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조리할 수 있고 단백질과 영양을 챙기는 간편식이라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월마트, 타겟 등으로 유통채널을 확보해 전년 대비 세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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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과 '삼양1963'을 앞세워 국물 라면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특히 삼양1963은 우지와 삼양식품의 역사성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다. 한국에서 처음 라면을 선보인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야기에 우지라는 제품 특성을 부각시킬 예정이다. 내년 초부터 주요 유통기업에 입점해 보폭을 넓힌다. 최근 국내에서 출시한 짜장라면 '짜르르' 역시 내년 미국 진출을 추진한다.

미국 시장의 성장은 아메리카 대륙 전체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교두보이기도 하다. 최근 삼양아메리카의 자회사 형태로 브라질에 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말 캐나다 내년 1분기 멕시코 법인을 각각 출범시킨다. 삼양아메리카가 전체를 관리하는 가운데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영업 역량이 필요한 국가에 별도 조직을 구축하는 식이다.
2021년 8월 설립된 삼양아메리카는 2022년 연매출 630억원에서 출발해 2023년 1596억원, 2024년 3786억원, 지난해 5952억원으로 매년 신기록 행진이다. 미국에서의 최종 목표는 라면 종주국인 일본 기업을 넘어서는 것이다. 신 법인장은 "코카콜라나 펩시 같은 세계적 브랜드처럼 삼양식품과 불닭의 인지도를 높이겠다"며 "5년내 미국 라면 시장 2위에 오르고 10년 내 1위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