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 100번 관람하는 이유는?

뮤지컬 '빨래' 100번 관람하는 이유는?

이언주 기자
2011.06.02 09:34

우리 이웃의 소박한 이야기…관객의 가슴 울리는 '진정성'

"저는 '빨래'를 80번쯤 봤어요. 작년 빨래 마니아데이 때 '최다 지방관람 상'을 받았는데 저랑 같이 상 받은 분은 글쎄 100번을 넘게 보셨더라고요"

"뮤지컬 '빨래'는 절대 끊을 수 없다"며 지금도 틈만 나면 본다는 김현진씨(35·부산)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허리 수술한지 2주 만에 복대를 차고 서울에 올라가 '빨래'를 봤다.

실제로 이 공연은 10번 관람해선 마니아그룹에 끼지도 못한다. 도대체 '빨래'가 뭐길래.

창작뮤지컬 '빨래'는 작가 겸 연출가 추민주씨(36)가 2003년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시절 졸업공연에 올리기 위해 만든 작품으로 서울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2005 국립극장 이성공감 페스티벌'에 당선되면서 대중과 만난 '빨래'는 그 해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작사·극본상 수상을 시작으로 작년 제4회 뮤지컬어워즈에서 극본·작사·작곡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 6년 간 서울·대구·대전·군포·합천·부산 등 전국을 순회공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빨래'의 현재 누적관객 수는 25만 명이 넘는다.

↑창작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 ⓒ명랑씨어터 수박
↑창작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 ⓒ명랑씨어터 수박

◇'빨래'의 진정성·연결성·발전성='빨래'는 추 씨가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만난 옆방 살던 주인집 할머니, 늘 마주치던 이주노동자들, 아르바이트 가서 만난 중국 언니들의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꾸며내지 않은 진정성의 힘이 '빨래'엔 살아있다.

'빨래' 넘버들은 가사와 멜로디가 잘 조화돼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감동을 극대화 한다. 뮤지컬을 보면서 '왜 굳이 노래로 할까? 저 부분은 대사로 하면 더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때론 있기 마련인데 '빨래'는 그렇지 않다.

몽골 노동자 솔롱고가 부르는 '참 예뻐요'에는 진심이 듬뿍 들어있다. 여주인공 나영이와 주인 할머니, 희정엄마가 함께 부르는 '슬플 땐 빨래를 해'도 눈물과 행복, 슬픔과 희망이 뒤범벅돼 뭔지 모를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지호 프로듀서 겸 수박 공동대표는 "지금까지의 '빨래'를 성공으로 보지 않는다"며 "작품으로서 이제 60%정도 완성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관객이 원하는 '쇼' 부분을 더 보강해 발전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빨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 관객과 소통하는 가운데 다듬어지고 완성돼 가는 작품으로서 더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기위해 두 번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창작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 ⓒ명랑씨어터 수박
↑창작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 ⓒ명랑씨어터 수박

◇관객이 함께하는 공감·감동·교감='빨래' 관객의 80%는 여성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주인공 나영이 캐릭터에 공감한 여성들이 여러 번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주인공 나영이는 꼭 제 얘기에요. 저도 서울에 혼자 와서 자취하고 있는데 원래 직장생활이란 게 팍팍하잖아요. 서울이 깍쟁이 같기도 하고요"

외롭고 힘든 마음에 힘을 좀 받고 싶어 공연을 보러왔다는 오모씨(35·대구)가 말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극중 캐릭터와 스토리에 공감하며 함께 웃고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바로 내 이야기고 내 이웃의 애절함이기 때문에 공감하고 감동 받는 건 아닌지. 앞서 '빨래'를 80번 본 김씨는 "볼 때마다 매번 감동이 달라서 마치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빨래'는 공연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과 교감한다. 여주인공 '나영'과 비슷한 상황이거나 캐릭터에 공감하는 여성들을 위한 '나영이데이'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공연 중에 서점에서 팬사인회 장면을 설정해 관객들이 직접 무대에 나와 배우와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빨래' 주제곡에 관한 사진공모전도 연다.

↑창작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 ⓒ명랑씨어터 수박
↑창작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 ⓒ명랑씨어터 수박

전혀 특별하지 않은 주제로 특별함을 만들어 낸 뮤지컬 '빨래'에는 위로와 희망을 주는 힘이 있다. 때론 힘들고 억울하지만 소탈하고 순수한 우리네 삶을 힘차게 그려냈다.

'빨래'에는 애환이 있다. 조선시대 김홍도나 서양화가 박수근 등 당대 예술가들이 '빨래터'를 작품의 소재로 썼던 것도 여인들이 그 곳에서 빨래 방망이를 치고 울고 웃으며 정을 나누던 애환을 봤기 때문일 거다.

뮤지컬 '빨래'를 굳이 못에 비유하자면 '나사못'이 아닐까. 한 번에 쾅 박을 수 없고 천천히 여러 번 돌릴수록 관객의 가슴 속에 깊게 감동을 주는 나사못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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