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우 채국희, 플라멩코에 빠져 스페인행… "강한 연기? 난 트리플A형"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양 갈래로 땋은 머리, 수줍게 인사하는 모습은 '이 사람 진짜 채국희 맞아?'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드라마 '스타일'에서 김혜수와 맞짱을 뜨며 도도하고 당당하던 잡지사 편집장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저랑 친한 사람들은 소심한 제가 대범하고 강한 연기를 하는 걸 보면 너무 재밌대요. 저도 제가 어떻게 스페인에 혼자 다녀왔는지, 책까지 쓰게 됐는지 신기해요."(웃음)

길치에 기계치, 지독한 소심쟁이 배우 채국희(42)는 스스로도 '트리플 A형'이라고 인정을 한다. 핸드폰도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걸 여태 쓰고, 최근 발간한 책 '나는 가끔 카르멘을 꿈꾼다'의 원고도 컴퓨터 자판이 아닌 손 글씨로 써서 출판사에 넘겼단다.
2002년 뮤지컬 '카르멘' 초연에서 카르멘을 연기한 그녀는 플라멩코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어떻게 그런 정열적인 춤이 나오게 됐는지 스페인의 모든 것이 궁금했다. 10년 동안 자나 깨나 상상만 하다가 드디어 지난해에 3개월 간 스페인 세비아에 머물며, 플라멩코를 배우고 경험했던 것을 책으로 엮었다.
채국희는 '춤꾼'이다. '춤을 출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는 플라멩코 뿐만 아니라 발레, 재즈, 라틴댄스에도 능통하다. 앞으로 배우 인생에 '춤'으로 승부를 걸고 싶냐 묻자 그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페인 세비야를 여행한건 플라멩코를 배우고 작품 '카르멘'을 더 이해하기 위해서였지만, 결국은 제 내면을 많이 들여다보게 됐어요. 또 새롭고 흥미로운 문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책도 쓰게 됐고요. 배우로서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계속 도전할거에요."

시종일관 조곤조곤 얘기하는 그녀는 "연극 중에는 모노드라마를 해보고 싶고, '여전사' 역할로 액션영화를 찍으면 정말 잘 할 것 같다"며 은근히 욕심을 내비췄다. 또 "그 중에서도 춤 경연을 벌이는 예능프로그램 '댄싱위더스타' 시즌3에 꼭 도전하고 싶다"는 간절한 눈빛은 마치 꿈 많은 소녀 같았다.
춤을 추며 감정을 쏟아내고 땀을 흘리는 작업은 자신을 비하하고 열등감에 빠졌던 한 때의 과거를 치유하는 과정이란다. 채국희는 나지막하지만 또렷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춤을 만난 이후 삶이 달라졌어요. 돌아보지 못한 제 감정들을 춤으로 표현했고 나 자신과 화해하게 됐거든요. 그게 바로 제가 계속 춤을 추는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