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 톡톡] 욕망의 전달체

[황인선의 컬처 톡톡] 욕망의 전달체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2014.04.09 05:40

광고에서는 왜 그 비싼 모델을 쓸까? 이에 대한 답으로 마케팅에서는 '인지부조화 이론'을 들기도 하는데 이보다 먼저 답을 낸 사람이 있다. 프랑스 소설 사회학자 르네 지라르다.

그는 1961년 발표한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에서 욕망의 삼각형 이론을 제시했는데 주체는 대상을 직접 욕망하는 게 아니라 중개자를 통해 대상을 욕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욕망의 간접화' 현상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돈키호테는 세상을 구원할 기사를 직접 욕망한 게 아니라 전설적인 기사였던 아마디스라는 중개자를 통해서 욕망한다는 것이고 <마담 보바리>에서는 엠마가 프랑스 상류사회를 욕망하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어려서 읽었던 3류 소설이란 중개자를 통해서라는 것이다.

이를 더 보편화 시켜서 르네 지라르는 기독교 신자들이 바로 구원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라는 중개자를 통해서 구원이라는 대상을 욕망한다는 것이다. 현대로 올수록 이런 중개자에 대한 의존은 더 강해지고 복잡해진다고 르네 지라르는 말한다.

이 이론을 마케팅에 적용하면 '욕망의 전달체'란 개념이 나온다. 모든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브랜드를 욕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중개자 즉, 내 용어로 하면 욕망의 전달체를 통해서 한다는 것이다. 전달체는 수준에 따라서 그 층위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사소한 이익을 제시한 통 큰 치킨 같은 것은 저렴함이 욕망의 전달체가 된다. 이런 이익은 하위의 욕망에 속한다. 청바지에 적용하면 전달체 개념이 분명히 드러나는데 청바지의 원조인 리바이스는 자유를, 캘빈 클라인은 10대의 섹시함을, 이탈리아 빈티지 진인 디젤은 저항이란 욕망을 전달체로 한다. 욕망의 전달체가 달라짐으로써 소비자는 그들의 중개된 욕망을 구매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화장품이 모델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전달한다면 '바디샵'(Body Shop)은 특이하게 공동체 정신을 전달체로 한다. 그래서 항상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되고 의식 있는 구매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런 전달체 중에는 '펀'(Fun)이란 것도 있다. 이 펀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인 편익(便益)이란 말과 합쳐서 '펀익'(Fun 益)이라고 불러 보겠다. 독일의 소형 자동차인 폭스바겐은 대형 자동차를 선호하고 독일에 적대적이었던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펀익이란 전달체를 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는 한국에서는 잘 구사 안하던 것인데 지금은 좀 늘고 있다. 한국의 욕망이 다양해졌다는 반증이다.

골프장 중에 이를 제일 잘 구사하는 게 영종도 공항 근처에 있는 '스카이72' 골프장이다. '골프에서 펀을 발견하라'(Discover Fun in Golf)는 슬로건을 내건 이곳에 가면 펀이 넘친다. 버디를 하면 캐디들이 버디 송을 불러주고 샤워장에 가면 백돌이 전용과 싱글 전용이 나눠져 있다. 그늘집도 있지만 그늘집 대신 붕어빵 포장마차를 골퍼들은 더 이용한다. 무료다. 놀랍지 않나! 나는 이를 한국 마케팅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덕평 휴게소에 가면 남자 소변기에 강한 남자라는 게임 소변기가 있는데 이도 펀익 사례다. 오줌빨의 양과 강도를 전 이용자와 비교하게 하는 아이디어인데 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남자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기왕이면 덕평으로 가는 이용자들이 늘었다고 한다. 고양시가 게시판에 올리는 글 끝에 '고양- 고양-' 하는 것도 작지만 펀익 마케팅 사례다.

이런 펀익들이 늘고 있는데 유독 그걸 못하는 집단이 있다. 정치판이다. 그들은 상습적으로 불안이란 욕망의 전달체를 쓴다. 하위의 욕망 전달체다. 그래서 국민들은 항상 불안하다. 처칠은 위기의 2차 대전 중에도 얼마나 펀을 잘 구사했나! 셀카 찍고 백악관 청소부하고 농담하는 오바마도 펀익을 잘 구사한다.

세상 모든 것은 욕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위의 욕망 전달체를 잘 쓰는 사람이 유능하거나 명품 인간인 것인데 한국 리더들은 이제라도 국민들의 마음을 펀하게 해주는 펀익 정치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한국은 정치, 경제의 시대를 넘어 '문화의 시대'(Culture Age)로 접어들고 있다. 문화의 시대에는 욕망의 전달체부터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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