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커 떠난 제주는 지금…무급휴가중

[르포]유커 떠난 제주는 지금…무급휴가중

제주도=김유경 기자
2015.06.28 15:24

유커가 사랑했던 성산일출봉과 바오젠거리…유커 단 한명도 볼 수 없는 '개점휴업', 회복기미 안보여

6월27일 제주시 바오젠 거리. 토요일 오후인데도 한산하다. /사진=김유경 기자
6월27일 제주시 바오젠 거리. 토요일 오후인데도 한산하다. /사진=김유경 기자

중국인관광객(유커)이 단체로 제주도에 입도하면 80~90% 꼭 방문하는 곳이 서귀포시 성산일출봉과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다. 이곳에 가면 왁자지껄한 중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6월 마지막 주말인 지난 27일 성산일출봉과 바오젠 거리에서 중국인을 단 한명도 만날 수 없었다.

27일 성산일출봉 입구 관광버스 주차장은 승용차들이 점령했다. 관광버스 한대가 보였으나 중국인 단체는 아니었다. 세미나 참석을 위해 건너온 일본인 단체였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이 열렸던 2개월 전과 비교하면 낯선 풍경이다. 지난 4월26일 성산일출봉 입구 주차장에는 대형 관광버스들이 즐비했고 이중 70~80%가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였다. 당시 금연구역으로 표시된 곳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중국인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제주 자연유산관리과에 따르면 6월(1~27일) 성산일출봉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8일부터 급감해 전년동기대비 65% 감소했다. 자연유산관리과 관계자는 "6월 초에는 성산일출봉 입장객의 64%가 중국인이었는데 지난 8일 이후 12%로 뚝 떨어졌다"며 "특히 하루 5000~6000명씩 찾았던 중국인이 16일 이후에는 300~900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성산일출봉 입구 상가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매출이 10~2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상가들은 결국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들을 정리하거나 무급휴가를 보내고 있다.

토산품 판매업체 사장 A씨는 "연간 도에 내야 하는 임대료가 2억원으로 월 1700만원 꼴인데, 6월 하루 매출이 10만~20만원 수준이라 한 달 적자 규모가 1000만원을 넘었다"고 하소연했다. 5일전 A씨는 3명의 직원 중 2명을 정리해고 했다고 밝혔다. 메르스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직원들이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도록 정리해고 했다는 것.

6월27일 성산일출봉 입구 버스 주차장에 승용차들이 주차해놨다. 관광버스는 단 한대만 눈에 띈다. /사진=김유경기자
6월27일 성산일출봉 입구 버스 주차장에 승용차들이 주차해놨다. 관광버스는 단 한대만 눈에 띈다. /사진=김유경기자

◇바오젠 거리도 개점휴업… 회복 기미 안보여= 바오젠 거리 주변 상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호텔과 환전소, 식당, 화장품 가게 등 고객의 80% 이상이 중국인이었던 곳들은 모두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휴가 중이다.

바오젠 거리에서 도보로 15분 거리(1km이내)에 있는 신대로에 위치한 씨티호텔은 지금 단 한명의 투숙객도 없다. 7월 예약 손님 역시 단 한명도 없다. 제주항국제여객선터미널 인근 임항로에 위치한 다이아나호텔도 1~2명의 직원만 남기고 무급휴가를 보낸 상태다. 조식 포함 1박 투숙료를 5만원에서 3만5000원까지 내렸지만 투숙객은 없다. 이곳 직원들은 일손이 부족한 곳을 찾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바오젠 거리 바로 앞에 위치한 상가에는 환전소 두 곳이 있는데 토요일 오후 3시에 두 곳 모두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환전소 주변의 치킨과 맥주, 뼈해장국 등 다양한 한식을 24시간 판매하는 대형 음식점 역시 한산하다. 음식점 관계자는 "고객의 90%가 중국인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인이 90%"라며 "2~3일 전부터 중국인이 보이긴 하는데 비즈니스 때문에 온 경우"라고 말했다.

중국인이 하루 수백 명씩 와서 약을 쓸어 담았던 바오젠거리 입구의 대형약국 역시 문은 열어놨지만 손님이 없다. 약국 판매원은 "손님의 99%가 중국인이었는데 요즘 하루에 10명만 오면 많이 오는 것"이라며 "다행히 단골 고객들의 배송요청이 있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스테이 제주' 뒷골목에 있는 양꼬치 음식점에도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상태다.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는데 제주에서 살고 있는 화교들을 대상으로 겨우 운영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 사람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최소 3개월 이상 갈 것으로 예상했다. 약국 직원은 "메르스 사태가 6월 말에 진정돼도 사스로 감염병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는 중국인들은 8월까지 안 올 것"이라며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가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베니키아 아이진호텔. 중국인 관광객이 거의 없고 내국인 만족도가 높아 메르스 사태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는 호텔이다. /사진=김유경 기자
베니키아 아이진호텔. 중국인 관광객이 거의 없고 내국인 만족도가 높아 메르스 사태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는 호텔이다. /사진=김유경 기자

◇제주 관광객 다변화 절실…내국 호텔들 피해 적어= 반면 내국인을 주고객으로 하는 호텔들은 거의 타격이 없어 대조적이다. 제주한라병원 자회사인 서귀포시 '위호텔'과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 체인 '베니키아' 연동 체인점 '아이진호텔'이 대표적이다.

국내 첫 헬스리조트로 지난해 2월 문을 연 5성급 '위호텔'은 외국인 고객이 많지 않다. 워터테라피를 위한 실내 워터풀과, 스파 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데 제주 국제학교 학부형 등 VIP 고객 위주로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인근 중문단지 신라호텔이 영업을 중단하는 등 5성급 호텔들이 메르스 사태 이후 타격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아이진호텔도 외국인 비중이 5%에 그친다. 3~5월에는 투숙율이 100%에 달했는데 6월에는 중국인 예약고객 일부가 취소되면서 일부 공실이 생긴 정도다. 내국인들의 고객 만족도가 높아 공실은 거의 없다. 여행사에서 중국인 단체고객을 6만~7만원 수준으로 받아달라고 요청이 있었지만 개별여행객만으로도 투숙율이 높아 특가라도 8만원 이하로는 내리지 않고 있다. 75개실 규모의 3성급 호텔이지만 객실내 침구류가 고급이고, 통유리창으로 전망도 시원해 벌써 단골 고객이 생겼을 정도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이 80% 이상 편중됐던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됐던 문제"라며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시아로 외국인 관광객을 다변화하고 중국인의 비중을 낮추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 메르스대책본부는 메르스로 확진되기 전 제주를 여행했던 141번 환자 A씨와 관련돼 자가 격리됐던 13명과 능동감시대상자 56명 등 총 69명을 27일 모두 모니터링 대상에서 해제했다고 밝혔다. 기숙사에서 자체 자가 격리 상태로 지냈던 신라호텔 직원들도 27일부터 정상 근무에 들어갔으며 7월1일 영업을 재개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