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그 가장 영국적인 맛의 비밀

홍차, 그 가장 영국적인 맛의 비밀

이해진 기자
2015.10.17 03:21

[따끈따끈 새책] '홍차로드'…처음 만나는 茶 인문학

홍차는 너무도 영국적이다. 동양이 홍차의 고향임에도 홍차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영국이다. 홍차 한 잔에는 대영제국의 화려했던 과거부터 산업화 시기 영국 노동자들의 애환까지 모두 담겨 있다. 세계인이 즐기는 지금의 홍차 맛도 영국의 차 블렌딩 기술이 탄생시킨 '가장 영국적인 맛'이다.

반면 한국인에게 홍차는 낯설다.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484잔에 이를 만큼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대단하지만, 홍차는 맛도 향도 익숙지 않다. 책 '홍차로드'는 티(tea) 소믈리에 오월 씨가 그런 한국인들에게 홍차의 역사, 산지, 향미, 테이스팅 등을 소개한 '홍차 입문서'다.

특히 홍차와 관련된 역사적 문화적 사건과 맥락을 짚어가며 소개해 홍차 맛을 모르는 문외한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유럽인들에 동양의 신비로운 아로마 정도로 취급됐던 홍차를 귀족들의 사치품으로 만들어 낸 영국 왕실이다. 1662년 포르투갈의 캐서린 브라간자 공주가 영국 찰스 2세와 정략결혼하며 지참금으로 설탕과 함께 홍차를 들여왔다. 캐서린은 일본의 다기, 중국의 도자기를 영국 귀족들 사이에 유행시키며 차 문화를 선도했다.

이후 산업혁명 시기 홍차는 노동자들의 피로를 달래는 일종의 원기 회복제가 돼줬다. 실은 능률 제고를 위해 설탕과 카페인이 든 홍차를 제공한 자본가들의 술책이기도 했다. 어쨌든 딱딱한 빵의 식감을 완화해주던 밀크티(홍차와 우유를 섞은 차)는 귀족들의 '애프터눈 티'와는 또 다른 하층민들의 '브레이크 타임'이란 차 문화를 만들어 냈다. 커피든 홍차든 오늘날 전 세계 노동자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이 브레이크 타임을 즐기고 있지 않은가.

티 소믈리에가 쓴 책답게 홍차의 종류, 효능, 맛에 대한 여러 정보도 소개돼 있다. 또 인도의 아쌈 홍차에 빠진 저자가 현지 차 생산지에서 건져 올린 인도 홍차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와 직접 찍은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홍차로드=오월 지음, 라의눈 펴냄, 272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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