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빅브라더와 '맞짱' 뜬 열일곱소년

21세기 빅브라더와 '맞짱' 뜬 열일곱소년

신혜선 기자
2015.10.31 03:20

[MT서재]'리틀 브라더'…"테러 위험하다!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정부에 내주겠는가?"

미국 샌프란스시코에 테러가 일어났다. 당신은 샌프란시스코 시민이다. 정부가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해 당신의 일상을 촘촘히 감시하겠다고, 당신도 모르게 무엇을 감시당하는지조차 모르게 당신을 보고 있겠다고 묻는다면(물론 질문 따윈 없이 시작된다) 당신은 이에 동의하고 허락할 수 있는가.

솔직히 ‘촘촘한 감시’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사라졌던 학교 교실, 복도 곳곳의 CCTV가 복원된다. 수업용 노트북에는 정부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가 의무적으로 깔려 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 내용은 언제든 볼 수 있었다. 그걸 대놓고 하겠다는 뜻이다.

신용카드 사용이나 교통카드, 고속도로 요금소 자동 정산시스템(하이패스) 사용도 이미 일반화됐다. 정부가 여기에 더한 일은 현금결제 금액을 높여,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체크와 기록’을 거부했던 시민들조차 어쩔 수 없이 사용권에 들어오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개인의 동선을 확인해 보통과 다른 이상(?) 기류가 발견되면 즉시 조사한다. 이 조사는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심지어 모르는 곳으로 불법납치 감금해 고문도 불사하면서 이뤄진다.

로리 닥터로우의 장편 소설 ‘리틀 브라더’는 소설이지만, 절대 소설로 그칠 거 같지 않은 상황을 다룬다. 지구촌 테러야 이미 경험한 일이니 당연하다. 문제는 그에 대한 대처방식이다. 즉, ‘21세기 빅브라더’ 등장 가능성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던져지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당신은 사회안정을 위해, 혹은 벌어질 수 있는 나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정부에 내줄 수 있는가.”

그렇다고 이야기가 무겁거나 잔인한 것만은 아니다. 이 질문 앞에서 당차게 “싫어! 못해!”라며 나선 주인공이 다소 삐딱한, 열일곱 천방지축의 소년 ‘마커스’여서 그런지 저항조차 게임을 하는 방식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으로 소통하고, 공격하고 방어하는 방식을 그대로 도입했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의 인물'이 된 그 소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평화와 자유주의 질서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감시라는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요구에 대해 주인공은 “테러리스트가 진짜 원하는 게 바로 이런 불안감 조성 아니냐”며 어른들의 세계를 향해 외친다.

읽는 내내 ‘기시감’에 놀랐다. 그저 수업을 땡땡이치고 싶고, 게임 하고 싶고, 예쁜 여자친구를 깊게 사귀고 싶고, 학교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그런 청소년이 어느 날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인물이 돼버린다. 그건 ‘벌어지지 않은 일을 대비하기 위해 왜 나를 내주어야 하지? 헌법에 보장된 내 자유권은 어디로 갔는데?'란 아주 근본적인 물음을 떠올리는 순간에 일어났다. 시민이나 국민을 관리 통제해 위험을 사전에 막자는 발상을 하는 권력이라면, 그런 문제 제기야말로 시민사회 안위와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불순분자들의 생각으로 찍어 누르기 딱이다. 내 주변에서, 과거부터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던가.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마커스는 해킹을 통해 정부의 통제에 혼선을 주고, 끝내 자유를 되찾는다. 컴퓨터 사용과 해킹에 관련된 다소 전문적인 얘기들이 나오지만, 소설의 흐름이 끊기지는 않는다.

디지털 사회다. 모든 게 컴퓨터로 행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를 이해하고, 일정 정도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기초 지식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전부 해커가 될 이유도 없고 될 수도 없다.

다만, 나는 전체주의를 강요받지 않고 있는지, 지금 내가 누리는 편리함의 이면이 내게 어떤 족쇄로 다가올 수 있는지, 적어도 자유민주주의가 헌법에 보장된 나라의 국민이라면 21세기 자유권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잘못된 국가권력이야말로 테러리스트를 양성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리틀 브라더=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아작, 512쪽/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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