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쌤통의 심리학'…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에 관하여

살이 쪄서 후덕한 모습으로 나타난 여배우, 인기 끌던 노래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수, 청렴결백을 주장하더니 뇌물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잘 나가던 사람들이 불행해졌다는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아이고. 안타까워라", "쯧쯧. 어쩌다 저랬대"라며 가볍게 탄식한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왠지 모를 기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타인의 고통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뜻하는 독일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즉 '쌤통 심리'. 심리학자 리처드 H. 스미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감정을 타고나며 평생토록 이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신간 '쌤통의 심리학'에서 쌤통 심리가 널리 퍼졌던 역사적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 감정의 원인을 살펴본다.
저자는 쌤통 심리가 진화의 산물이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남들의 불행이 우리에게 '실질적 이득'을 가져다주기에 이를 '기뻐하는' 감정이 생겼다는 것. 회사 동료가 실수해서 그의 지위가 낮아진다면 나의 지위는 높아지는 반사 이익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쌤통 심리의 근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대놓고 드러내기 힘든 쌤통 심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2015년 11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 한일전 9회 초, 0대 3에서 갑작스레 4대 3으로 역전승을 거뒀을 때 사람들은 "사이다 한 사발 들이킨 기분"이라고 반응했다. 한국 야구를 무시하며 거만했던 일본의 '자업자득의 불행'은 한국 국민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저자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자업자득의 불행'을 통쾌하게 여기는 감정은 위선에 대한 '정의 실현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정의감이라는 '선한' 감정 이면에는 복수심이라는 '악한' 감정이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런 짓을 했으니 당해도 싸"라고 정의를 내세우며 정당한 통쾌감을 만끽하는 것이다.
쌤통 심리가 가장 비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이다. 유대인이 독일 경제·문화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 떠오르자 히틀러는 그들을 두려워하고 질투했다. 질투는 혐오감과 분노를 거쳐 '합당한 이유'가 있는 '정의로운 증오'로 탈바꿈했다. 질투심을 공유한 독일인들은 600만 명이 넘는 무자비한 유대인 학대와 살육에 가담했다.
저자는 쌤통 심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므로 없앨 수 없지만 감정이 생겨날 가능성은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마음에는 공감 능력과 연민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쌤통 심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그 원인을 성격으로 돌리지 말고 상황을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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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쌤통의 심리학=리처드 H.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현암사 펴냄. 364쪽/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