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헌법의 편에 서야지, 차별하는 집단의 편에 설 수 없다!"

"경찰은 헌법의 편에 서야지, 차별하는 집단의 편에 설 수 없다!"

김유진 기자
2016.01.22 03:10

[따끈따끈 이번주 새책] 전 국가인권위원장 안경환의 '윌리엄 더글라스 평전'…위대한 이름, 불행한 인간

사람이 빠진 법의 논리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법' 아래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인권을 박탈당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부적인 법 조항의 원칙적인 적용은 종종 그림자를 드리워 '헌법'에 담긴 가치들을 가리고, 그렇게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판결이 도출되곤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도 알기 힘든 지금 같은 때 우리에게도 원칙이 아니라 사람을 위하는 판결을 하는 법조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론을 따라 포퓰리즘 판결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헌법이 결국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모든 법이 여기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법조인 말이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저자 안경환은 '윌리엄 더글라스 평전'을 통해 그런 인물을 하나 소개한다. 윌리엄 더글라스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이었던 1939년, 40세라는 이례적으로 젊은 나이에 연방대법원 판사에 임명됐다. 이후 총 36년7개월을 재직하면서 미국 역사상 최장수 대법관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더글라스는 21세기인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프라이버시권, 누구나 체포 시에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공공시설을 이용할 권리, 이동할 권리 등을 처음으로 정립한 법률가였다. 사회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내용은 보도하거나 출판할 자유가 없고, 부랑자들은 대중교통을 타지 못하던 시절의 미국에서 끊임없이 주류에 반기를 들었다.

그가 어떤 법률가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를 하나 보자. 1950년 조지프 맥카시가 "국무부 내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선언하며 전 국민이 서로를 의심하던 시절, 미국 공산당 당수 유진 데니스와 10명의 당원이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부를 전복할 모의를 하고 공산주의 사상을 교육·선동했다는 혐의였다.

대법원은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을 완화 적용한다"는 6명의 의견을 바탕으로 데니스 일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이 언어를 넘어 '행동'으로 나섰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파괴적인 의도를 품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더글라스를 포함한 2명의 대법관은 소수 반대의견을 낸다. "사상이 끔찍하다고 해서 현실적 위세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직접적 위해가 없는 사상 표현 행위는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 범위 내에 속한다." 더글라스는 이렇게 헌법을 기반으로 모든 실정법을 해석했다.

대부분 판사가 '판례'를 따라 기존의 판결을 답습할 때 그는 판례를 무시했고, 전통 법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헌법과 인권을 무시하는 동료들에 분노했다. "경찰은 헌법의 편에 서야지 차별하는 집단의 편에 설 수는 없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대로, 헌법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미국 법을 바꿔가는 데 성공한다.

"난 달리 생각하오."라는 말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대법관. 그가 한창 활동했던 미국의 모습이 반세기가 지난 우리의 모습보다 열려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프다. 어쩌면 눈에 띄지 않을 뿐,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더글라스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할 뿐.

◇ 윌리엄 더글라스 평전=안경환 지음. 라이프맵 펴냄. 428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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