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한신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한국의 불평등 2016'

2016년 한국,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낭만적인 수사가 돼 버렸다. 개인의 노력은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소득 수준의 격차와 불평등은 교육 영역에도 파고들었고 이는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
추상적으로 체감하는 현상이 아니다. 실제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의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에 지출하는 금액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기준 1가구당 사교육비는 소득에 따라 최대 18배까지 차이를 보였다.
교육은 고용형태와 임금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5년 3월 기준 고졸 학력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96만원, 초대졸은 230만원, 대졸자는 300만원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불평등한 사교육 기회가 주어지고, 사교육 정도는 학업성취도의 격차로 이어진다. 학업성취도에 따라 학벌이 결정되고 이는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 순환과정은 계급 이동성을 제한하고 불평등 구조를 심화, 고착시킨다.
한국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오고 있는 한신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는 이처럼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주요 공식 통계를 광범위하게 수집, 책 '한국의 불평등 2016'을 펴냈다. 책은 통계자료를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가공, 분석해 우리나라의 불평등 구조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우선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다. 연구소는 저소득가구의 구성원이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함으로써 임금과 소득 불평등의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피케티 열풍'으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자산 불평등의 축은 금융자산이다. 2006년 이후 자산 불평등은 소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여전히 하위계층의 과잉 부채가구 비율은 40%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이다.
교육분야의 불평등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통로로 변질됐고 대기업의 수출주도형 산업화는 지역 간 생산력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책은 방대한 통계를 통해 각 영역별 불평등 구조를 짚어보는 것을 넘어 해당 구조를 고착화하는 원인도 분석한다. 취약한 사회안전망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재분배 정책, 그리고 정치영역에서의 불평등 문제다.
2015년 3월 기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속한 사람은 전체 취업자의 30.8%에 이른다. 주로 영세사업장의 근로자가 다수다. 조세의 재분배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최상위층 10%의 소득집중도는 44.87%로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높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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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와 정치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1인 1표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적인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 원칙은 승자독식 제도 속에서 오히려 무력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책은 이처럼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통해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구소는 "경제적 상황과 긴밀하게 연계돼있는 소득과 자산에서는 사정이 나아지고 있지만 경제 상황과 독립적인 교육이나 제도, 정책, 정치영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며 "개별 영역에서 수치상으로 불평등이 완화되더라도 국민의 생활 자체가 편안해지지 않는 것은 불평등의 구조 자체에 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책과 개선방안은 현상과 원인을 정확히 알 때 마련할 수 있다. 책 '한국의 불평등 2016'은 더 나은 사회로의 진보를 위한 첫걸음인 이유다.
◇ 한국의 불평등 2016=전병유 엮음. 페이퍼로드 펴냄. 208쪽/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