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美콜럼바인고등학교 총격 사건, 그 이후의 고백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살인, 강도, 성폭행…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를 규정하는 틀은 비슷하다. 대개는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 사회에 불만이 많은 경우다.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에 영향을 받거나 정신병 등 개인적인 병력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도 많다. ‘비정상’의 틀에 그들을 가뒀을 때 비로소 우리는 안심한다.
하지만 가해자를 이른바 ‘정상인’들과 구분하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만으로는 이야기를 끝낼 수 없다. 그들이 지닌 ‘악’을 알아채고 이를 예방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평범한 아이에서 끔찍한 살인자로 변한 아들을 둔 부모의 고백을 통해 힌트를 준다.
저자 수 클리볼드는 1999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발생한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기사건의 가해자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다. 콜럼바인에 재학 중인 딜런은 친구 에릭 해리스와 함께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살해하고 24명에게 부상 입힌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모방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영향이 컸다.
저자는 ‘살인자의 엄마’라는 낙인이 찍힌 뒤 가족이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정체성 혼란을 겪었는지 면밀하게 기술한다. 그는 자신의 양육과정과 딜런이 남긴 기록을 돌아보며 부모로서 어떤 경고 신호를 놓쳤는지 되묻고 어떻게 아이의 삶이 재앙으로 바뀌었는지 돌아본다.
딜런의 부모는 ‘좋은 부모’ 축에 속했다. 아이의 교육에 열의를 지녔고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키워주고자 노력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건 2년 전부터 딜런이 느꼈던 우울감과 자살 충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저자는 자신과 딜런의 삶을 돌아보며 청소년기의 일시적인 행동이 우울증이나 다른 병의 지표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분노와 절망의 징후를 어떻게 알아채고 바라봐야 하는지 탐구한다. 그는 이 작업이 ‘가해자의 엄마’로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게 나의 도덕적 의무다. 입을 열기는 두렵지만 그게 옳은 일이다. 더 잘 알았더라면 다르게 했을 일들의 목록은 길고도 길다. 그게 내 실패다. 그렇지만 내가 배운 것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우리 아들이 저지른 것과 같은 비극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감춰진 고통까지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작업은 아들을 변명 하거나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게 아니다. 잘못이 면제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을 마주했을 때 이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작업이다. 궁극적으로는 폭력성의 발현을 예방함으로써 “모든 이에게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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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저자는 양육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할 수 없는가를 보여준다. ‘아이를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는 양육자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에서 벗어나도록 일깨워준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반비 펴냄. 472쪽/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