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오찬호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선안남 '혼자 있고 싶은 남자', 권용득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한국 남자'가 요즘처럼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르내린 적이 있을까. 지난해 여성혐오 현상에 대한 '미러링'을 표방하며 탄생한 '메갈리아' 사이트의 등장을 계기로 '페미니즘'이 공론장에 튀어나왔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은 자연스레 기존의 남성성·여성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고 '한국 남자'를 향한 여성들의 비판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것은 남성들이다. 여성의 주장에 일부 남성은 공감했지만, 다수의 남성은 불쾌함을 표하며 반발했다. '메갈리아'에 동조하는 웹툰 작가들은 '악플'의 대상이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 vs 남성' 구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때 '한국 남자'의 남성성을 다룬 책 세 권이 나란히 출간돼 시선을 모은다. 사회학자 오찬호의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상담심리사 선안남의 '혼자 있고 싶은 남자', 만화가 권용득의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다.
세 권은 각각 관점도, 내용도, 형식도 다르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유사하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전통적인 남성성'에는 이미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 한국 남자들에게도 이제는 새로운 남성성이 필요하며 이를 찾아 나갈 때 비로소 남성도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한국남자'에 들이댄 날카로운 메스…'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와 '진격의 대학교'로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했던 사회학자 오찬호가 이번에는 '한국 남자'들에게 따끔한 메스를 들이댔다. 같은 '한국 남자'로서 자성이 담긴 일종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그의 책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대한민국 남자는 어쩌다 소통과 공감능력을 상실한 존재가 됐나"다. 오찬호는 '한국 남자'의 특성이 군대와 학교 교육, 그리고 남자가 생계를 책임지고 여자가 이를 지원하는 가족 모델인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통해 형성된다고 분석한다.
그는 한국 남자가 폭력, 명령, 복종만이 '절대 진리'로 통하는 군대, 권위주의와 경쟁주의 문화에 물들어있는 학교 교육을 거치며 폭력에 둔감해지고 "자본가가 부려 먹기에 최적화된 존재"로 성장한다고 꼬집는다. 또 이 같은 특징은 약자를 공격하는 남성들의 집단 세력화와 혐오 범죄,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등 사회 문제와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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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평범한 '경상도 남자'였던 그가 사회학자로서, 남편이자 아빠로서 겪었던 경험과 성찰이 생생하게 담겼다.
◇ 한국남자들에게 건네는 공감과 위로…'혼자 있고 싶은 남자'
오찬호의 책이 한국 남자들에게 사정없이 메스를 가했다면 상담심리자 선안남의 '혼자 있고 싶은 남자'는 공감과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남자다움'의 압박에 짓눌리며 살아온 남자 역시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의 피해자라는 것.
'남자다운 남자' 혹은 '강하고 독립적인 남자'의 모습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남자들은 오랫동안 상처를 입고 또 고립돼왔다는 설명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거칠고 과장된 모습을 보이는 '꼰대'가 왜 등장했는지, '딸 바보 아빠'란 개념이 어떻게 왜곡된 남성성을 반영하는지 등을 설명한다.
저자는 여성이지만,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의 모습에 이유가 있다"며 한국 남자들에게 조곤조곤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남성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기회를, 여성들에게는 어떻게 남자를 이해해야 할지 조언해주는 책이다.
◇ 앞치마 두른 남자의 일상…'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만화가 권용득이 SNS에 올렸던 글을 묶은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는 앞의 두 책과는 조금 결이 다른 에세이다. 만화가 부부인 그와 아내가 '생존'을 위해 본업인 창작보다 밥벌이에 집중하면서 겪는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
다만 그의 이야기에는 '맞벌이 부부'이자 프리랜서로서 가사와 양육을 철저히 분담한 남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고무장갑을 끼는 건 예사고 엄마들이 주도하는 유치원 모임이나 학부모 참관수업에도 참여한다.
저자는 '남자가 울면 남자망신'이라는 가르침을 받을 정도로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랐지만 '한국적인 아버지'상을 탈피하고자 한다. 같은 직업을 가진 아내와 철저하게 관계의 균형점을 찾아 보조를 맞추며 사는 것. 또 그는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 않았지만, 아들에게는 이를 되물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그린 표지, '본격남자망신에세이'라는 부제는 모두 '새로운 남성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의 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생경한 모습으로 느껴질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