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이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은퇴자들이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유진 기자
2016.08.20 03:10

[따끈따끈 새책] 은퇴 방송인 구영회의 '사라져 아름답다'…은퇴자에게 띄우는 지리산 통신

30대 중반부터 삶에 본질에 갈증을 느낀 한 방송인이 있었다. 그는 사회 초년생이던 그 나이에, 바쁜 시간을 쪼개 지리산을 수차례 오르내리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내 은퇴하자 그는 보란듯 지리산 자락의 허름한 구들방 거처를 마련해 그 곳에서 혼자 지내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MBC 보도국장, 삼척MBC 사장 등을 지낸 방송인 구영회씨가 낸 세 번째 지리산 수필집 '사라져 아름답다'. 이 책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도 한 구석에 지리산과 진짜 삶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다가 은퇴 후, 마침내 그 꿈을 이룬 한 인간의 이야기가 담겼다.

"나에게는 나한테 벌어지는 일만이 유일하게 참다운 진실이다. 내가 내 안을 버리고 내 바깥을 취할 수는 없다. 내가 나한테 던지는 질문은 나에게는 세상의 다른 무엇보다 가장 절실한 것이다."

그는 '내 바깥'에 힘썼던 지난 세월을 뒤로하고 은퇴를 한 지금이, '백수의 삶'이 절대 아니라고 자부한다. 자신은 '백수'가 아니라 '공수', 즉 빈손이라며 "은퇴 후 어느새 7년째에 접어들었으니 나는 이제 공수 7단이다"라며 자신의 삶을 긍정한다.

많은 은퇴자들이 은퇴 후 정체성의 혼란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그는 오히려 은퇴 후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적립한다. 자신이 삶을 통해 지켜오고자 했던 돈, 명예 등이 사라지고 흩어져가는 것을 그저 지켜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간 후 비어버린 마음의 여백에 집중한다.

책 속에 펼쳐진 지리산 자락에서 일어나는 소박한 마을의 풍경들은 읽는 이를 웃음짓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비운 사람의 멋부리지 않은, 소박한 글쓰기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사라져 아름답다=구영회 지음. 나남 펴냄. 261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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