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맞은 토끼 '미피'…"장수하는 비결요? 단순함이죠"

칠순 맞은 토끼 '미피'…"장수하는 비결요? 단순함이죠"

정한결 기자
2024.11.28 09:15

['아시아 최대 규모' 미피의 한국 전시 A-Z까지⑤]
마크 튜니센 메르시스 시니어(수석) 프로젝트 매니저 인터뷰
미피 IP 보유 회사, 전세계적으로 1만여개 미피 굿즈 보유
"한국의 '빨리빨리'와 미피의 '천천히'가 절묘하게 조화된 전시"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열린 '미피와 마법우체통' 전시회. /사진=이기범 기자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열린 '미피와 마법우체통' 전시회. /사진=이기범 기자

"적을수록 풍요롭다.(Less is more)"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네덜란드 토끼 '미피'가 내년 탄생 70주년을 맞는다. 사람 나이로 보면 칠순으로 한국인 평균(44.8세)보다 어른이다. 적어도 한 번은 흥행했다는 한국 캐릭터의 평균 수명은 8년. 미피는 한국에서만 25년을 넘게 활동했다. X자 모양의 입이 특징인 토끼 캐릭터는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3대를 아우르는 인지도를 자랑한다.

지난 22일 개막한 미피의 칠순 기념전 '미피와 마법 우체통'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네덜란드 기업 '메르시스'의 마크 튜니센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를 만나 미피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메르시스는 미피의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회사로, 튜니센 수석은 글로벌 영업 및 저작권 관리를 총괄하며 지난 14년간 매년 한국을 방문해왔다.

마크 튜니센 메르시스 시니어(수석) 프로젝트 매니저. /사진=이기범 기자
마크 튜니센 메르시스 시니어(수석) 프로젝트 매니저. /사진=이기범 기자

튜니센 수석은 미피의 매력으로 단순함과 여백의 미를 꼽았다. 미피의 창작자 네덜란드 작가 딕 브루너는 작품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는 데 집중했다. 튜니센 수석은 "미피의 눈과 X자 입만으로 슬픔을 표현해보라"며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려운데, 브루너는 눈물 한 방울만을 더해 단순한 표정으로 강렬한 감정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브루너의 작품에는 단순함에서 오는, 전 세계에서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부연했다. 영유아들은 미피의 간결한 디자인에 자연스레 끌린다. 미피의 최대 팬덤인 20~30대 성인들은 복잡한 현생을 살다가, 미피를 보고 단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는 설명이다.

특히 브루너는 그림책의 페이지마다 삽화 하나와 네 줄의 운문만 넣고 나머지 공간은 비워뒀다. 독자인 아이들이 상상력과 영감을 갖고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튜니센 수석은 "브루너의 작품은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미피(Miffy) 70주년 생일 기념전 ‘미피와 마법 우체통’ 미디어아트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미피(Miffy) 70주년 생일 기념전 ‘미피와 마법 우체통’ 미디어아트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그는 이같은 여백에서 다양한 문화적 해석을 허용했기에 미피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메르시스의 임직원은 본사 22명, 일본 자회사 12명 등 총 34명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약 1만여 개의 미피 굿즈를 보유하고 있다. 미피의 최대 시장은 본국 네덜란드가 아닌 일본이며, 한국도 전 세계 5위다.

튜니센 수석은 "아시아 문화가 여백에 대한 안목을 더 갖췄다고 본다"며 "현지 파트너사들이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담아 미피를 재해석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고 밝혔다. '석굴암 미피,' '해녀 미피' 등 한국과 네덜란드 문화를 넘나드는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다만 메르시스는 단순함과 본질을 추구했던 브루너의 철학과 유산을 존중해 미피의 자체 디자인은 바꾸지 않을 방침이다. 미피는 브루너 생전에 몇 차례 디자인 변화를 겪었지만, 2003년 이후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튜니센 수석은 "브루너는 미피의 변화 과정을 사람처럼 성장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며 "(다 자란)미피는 현재 모습대로 끝까지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미피(Miffy) 70주년 생일 기념전 ‘미피와 마법 우체통’ 미디어아트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미피(Miffy) 70주년 생일 기념전 ‘미피와 마법 우체통’ 미디어아트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리는 미피 탄생 70주년 기념전은 미피의 롱런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다. 미피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예술적 유산과 현대적 브랜드로 재해석되는 과정을 담았다. 메르시스는 그동안 전통적인 전시 형태를 고집해왔지만, 이번에는 디지털 친화적인 한국 관람객들이 인터랙티브·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미피를 보다 생동감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미술관 스타일 전시에 현대적인 미디어 요소를 결합해 브루너의 작품 철학과 그 창작과정을 소개한다. 특히, 미피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이션 촬영에 사용된 인형들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인스타감성(instagrammable)도 한 스푼 담았다. 튜니센 수석은 "인스타감성 스타일의 전시 요청을 수차례 받았지만 미피의 철학과 스토리를 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거절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전시는 디지털과 예술적 스토리텔링을 균형 있게 조합한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빠르게 변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미피의 '천천히 본질을 추구하는 철학'이 이번 전시에서 독특한 대비를 이룬다"며 "이러한 상반된 철학이 흥미로운 조화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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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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