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나고 지루한 역사에 지쳤다면…편히 누워 읽어보세요

하품나고 지루한 역사에 지쳤다면…편히 누워 읽어보세요

오진영 기자
2025.03.25 16:15

[이주의 MT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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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북피움 제공
/사진 = 북피움 제공

어렵게만 느껴지던 서양사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30년간 서양사를 전공한 저자가 고대부터 근대를 아우르는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지식을 아낌없이 담았다. 폭군 네로, 고대 로마 검투 경기의 기원 등에 대한 작가의 재해석은 덤이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집트와 로마, 중세 유럽, 미국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암퇘지의 자궁이나 낙타의 발뒤꿈치 요리 등 로마의 음식 사치, 여자들이 밖에서 장사하고 남자들이 집에서 옷감을 짜는 고대 이집트의 풍습 등 누구나 흥미를 느낄 소재들을 적극 활용했다. 만담꾼을 자처하는 저자의 필력은 코미디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준다.

시간대별로 이야기를 구분해 연대기 영화를 감상하듯 읽을 수 있는 점도 몰입감을 높인다. 이집트에서 시작해 로마와 중세 유럽, 미국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을 훌쩍 읽게 만든다. 처마에 돼지를 걸어둔 중세 프랑스의 식문화나 나무와 흙으로 만들어진 유럽의 집, 관으로 만들어진 런던의 1인용 숙소 등 정물화 같은 묘사력도 볼거리다.

기독교에 관심이 있거나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수와 성인에 대한 이야기에 이목이 쏠린다. 오늘날에는 믿음의 상징으로 쓰이는 십자가지만 당시에는 왜 공포의 대상이었는지, 벌거벗었던 예수가 옷을 입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다뤘다.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꼽히는 성인 토마스 아퀴나스와 자발적 순교를 택한 교인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저자만의 독자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는 위험하지만 매력적이다. 오늘날에는 끔찍한 것으로 치부되는 로마의 동물 도살 경기가 사실은 야생동물의 위협에 떨던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 네로 황제가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쳤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미국 남부의 노예제 폐지에 대한 독창적인 관점 역시 저자의 재치가 빛난다.

이밖에도 로마와 가톨릭의 권위를 세운 카롤루스 대제가 까막눈이었다는 내용, '태양왕' 루이 14세의 설사 이야기 등 교과서에는 실려 있지 않은 내용이 풍성하다.

흥미 본위로 이야기가 써져 있어 논리가 비약됐다거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다. 파격적인 서술 방식을 채택해 기존 역사책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에게는 적응이 약간 어렵다. 일부 대목에서는 정사보다는 야사에 가까운 내용이 포함돼 역사학도라면 거부감이 들 우려가 있다.

저자인 정기문 교수는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30여년간 서양 고대사를 연구했다. 군산대학교 역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로마 제국과 기독교, 서양고대사에 대한 저서를 여러 권 집필했다.

◇역사 이야기를 읽는 밤, 북피움, 2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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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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