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MT문고]

"저는 파시즘이 판치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이 책에서 '독재는 시민들의 허락에서 나온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24일 프랑스 소설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기자와 만나 소설 '그녀를 지키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장바티스트는 단 4권의 소설로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 등 19개 문학상을 휩쓸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스타 작가다. 섬세한 필력과 예술적인 문체, 감정이 담긴 등장인물의 대사에 매료된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녀를 지키다'에서도 장바티스트 특유의 몰입감 있는 묘사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 소설은 파시즘이 득세하던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천재 조각가 '미모'와 아름다운 외모를 타고난 후작가 영애 '비올라'의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미모의 꿈인 위대한 예술가와 비올라의 꿈인 자유를 위해 두 남녀가 교감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는 듯 생생한 표현으로 풀어놓았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도 두 사람이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다. '비올라 오르시니가 날도록, 미모가 미켈란젤로에 필적하는 조각가가 되도록 돕겠어'라는 두 사람의 맹세는 이성적 감정을 배제하고서도 감미롭고 매혹적이다. 저자는 늦은 밤 소년소녀가 묘지에서 나누는 밀담을 꿈꾸는 듯 묘사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투쟁이다. 비올라가 자신을 옭아매는 가족과 투쟁하는 것처럼 미모도 자신의 왜소증으로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와 투쟁한다. 저자는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고자 하는 인간을 섬세한 손길로 그려냈다. 미모는 결국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가가 돼 투쟁에서 승리하지만 비올라는 원하지 않는 결혼과 죽음을 맞이해 투쟁에서 패배한다.
언뜻 고전 명작인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느낌을 주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명확하다. 장애인인 미모는 위대한 예술가를 자처하는 당찬 일면을 지녔음에도 비올라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비올라 역시 미모에게 이성적 호감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99%의 이야기가 창작된 픽션이기 때문에 실제 역사와도 큰 관계가 없다.
이 소설은 미모 시점에서 서술됐지만 실제 주인공은 비올라다. 때문에 저자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풀어놓는데, 이 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는 점은 읽는 내내 발목을 붙잡는다. 일대기처럼 미모와 비올라의 생애를 설명하지만 일부 대목을 제외하면 시종일관 평이한 서술 방식을 차용해 지루하거나 모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물도, 로맨스물도 아닌 '그녀를 지키다'가 주는 울림은 분명히 뚜렷하다. 독자들은 무솔리니가 장악한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재 치하에서 자유와 명성을 위해 투쟁하는 두 남녀의 생애를 체험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오늘날에도 투쟁하는 인간이 결국 승리한다는 진리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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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데드 엔드' '빅 나싱' 등의 영화를 만든 감독 출신의 소설가다. 2017년 '나의 여왕'으로 소설계에 입문한 뒤 '1억년과 하루' '악마와 성도' 등 작품으로 프랑스 주요 문학상인 'RTL-리르 대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네 번째 작품인 '그녀를 지키다'는 공쿠르 상과 프날 소설상, 엘르 그랑프리를 받았다.
◇그녀를 지키다, 열린책들, 2만 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