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에 붙은 875조 계산서, 우리도 공범이다

폭염·폭우에 붙은 875조 계산서, 우리도 공범이다

오진영 기자
2025.07.17 16:14

[이주의 MT문고]-'1도의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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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윌북 제공
/사진 = 윌북 제공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폭염이 물러나자 시간당 100mm를 웃도 물폭탄이 찾아왔다. 여름이 끝나면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추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날씨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더 늘고 있다. 폭염이나 홍수 등에 대한 불안함을 뜻하는 '기후변화 불안도'는 2020년 45.4%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53.2%로 다시 치솟았다.

환경경제학자인 박지성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교수는 저서 '1도의 가격'에서 우리가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석유회사나 정치인을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데에 급급하다 보니 우리도 공범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비용은 물론 폭력으로까지 치닫게 만드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우리가 만든 사회 시스템 전체다.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지불해야 하는 청구서에 관한 대목이 흥미롭다. 기후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라도 결국에는 사회적 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경고도 던진다. 가령 더위나 추위에 대비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서 물가가 오르거나, 기온이 오를 때 판사들의 판결이 달라지는 등의 경우가 그러하다.

책은 수많은 수치와 도표를 통해 환경과 경제의 영향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기후가 변화하는 단일 사례가 치명적이지 않더라도 변화가 누적되면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복합 효과는 훨씬 커질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2도 기온이 오를 때 미국이 잃는 연간 손실은 최대 6300억달러(875조원)로 드러났다. 애플과 알파벳, 메타 등 기업의 연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환경경제학 입문서로도 훌륭하다. 추상적일 수 있는 기후변화를 구체적인 사례로 풀어놓아 이해가 쉽다. 기후불평등이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재미있다.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에 둔감할 수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경각심을 준다.

경고에 대해 다룬 책이 늘 그렇듯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인류가 구축한 시스템이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진단은 재미있지만 어떤 시스템이 적합한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개발도상국의 기후 위기에 대해 좀더 상세하게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저자는 컬럼비아대학교와 옥스퍼드대, 하버드대에서 공부했으며 UCLA 교수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과 와튼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데이터와 통계를 통해 분석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나 UN, 세계은행 등 기관에 정책 자문을 제공한다.

◇1도의 가격, 윌북,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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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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