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한 서울시 결정에 대해 종묘를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다.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로 하면서 법적·정치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허민 유산청장은 7일 종묘 앞 정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세운 4구역 재개발구역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최 장관은 "(종묘에) 그늘이 안 생기면 괜찮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60~70년대식 마구잡이 난개발 행정"이라며 "문체부 장관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30일 종로변의 건물 최고 높이를 55미터(m)에서 98.7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1.9m로 상향하는 내용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고시 내용에 따르면 종묘로부터 약 180m 떨어진 세운4구역에 약 40층 높이의 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문체부와 유산청은 이 고시가 종묘 경관을 침해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네스코는 문화유산을 보유한 지역에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지정을 취소한다. 허민 청장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고시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지정이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문체부와 유산청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나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 등 지자체 고시보다 상위에 있는 법령을 제·개정하거나 유네스코와 지속 협력한다. 법적 대응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최휘영 장관은 허민 청장에게 "법령 제정, 개정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대법원이 종묘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법원 1부는 전날 문체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시의회가 2023년 문화유산 보존 지역(반경 100m) 밖에 있는 건물도 유산청과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것이 적법하다는 결정이다.
유산청은 이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종묘가 서울시의 개발로 인해 세계유산의 지위를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