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우승할 수 없는 선수인가."
누구보다 꾸준했지만 가장 높은 무대에서 늘 넘어졌다. 절망하길 반복했던 최예림(27·휴온스)이 드디어 값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예림은 6일 경기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적어내 최종 합계 9언더파 135타로 임희정(두산건설 We've)과 한 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무려 239번 만의 대회에서 이뤄낸 값진 우승이다.
우승 상금 1억 8000만원을 보탠 최예림은 상금 랭킹에서 8계단이나 도약해 3위(약 6억 5994만원)가 됐다. 대상 포인트에서도 103점을 더해 누적 326점을 기록, 3계단 점프해 3위에 마크됐다.

2018년부터 KLPGA 투어에서 활약한 최예림은 첫 시즌부터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에도 준우승, 2022년엔 두 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했다.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는 선수로 도약했지만 우승과 연은 좀처럼 닿지 못했다.
2023년에도 준우승 1회, 2024년엔 2주 연속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남기는 등 세 차례나 2위의 서글픔을 느꼈다. 올 시즌에도 지난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라운드에서 7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최예림은 "우승하고 싶은 생각은 정말 많지만, 각오는 늘 똑같다. 편안한 마음으로 플레이할 예정"이라며 "스스로에게 '나는 이미 우승 한 선수다'라는 생각을 계속 주입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플레이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자기 최면의 효과는 확실했다. 1번 홀(파4)부터 버디를 잡아낸 최예림은 5번 홀(파5)과 9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았다. 2위권과는 6타 차로 달아나며 사실상 우승을 조기에 확정짓는 듯 했다.
위기도 있었다. 임희정이 보기 없이 6타를 줄이며 턱밑까지 추격한 가운데 먼저 경기를 마쳤다. 후반에만 두 타를 잃은 최예림은 무조건 타수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18번 홀(파4)에 나섰다. 티샷이 러프에 빠지며 불안감을 자아냈지만 안정적으로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렸고 침착한 두 번이 퍼트로 우승을 확정했다.

동료들의 진심 어린 축하를 받은 최예림은 시상식을 마친 뒤 우승자 기자회견에 나서 "9년 만에 처음 우승하는데 너무 기쁘고 얼떨떨한 마음 밖에 없다"며 "평소에 감수성도 풍부하고 많이 우는데, 그러다보니 오히려 울음이 안 난 것 같다. 기쁘다는 생각만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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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마음을 다스리는데 집중한 최예림은 "효과를 많이 본 것 같다. 의식적으로 리더보드도 안 봤다. 보면 남은 홀에 집중이 안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안 보려고 했고 캐디 오빠에게 '저 편하게 쳐도 되죠?'라고 계속 물었고 그러라고 편하게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전반과 달리 후반에 다소 주춤했다. 최예림은 "당황하진 않고 '(러프에서) 어떻게 치지?'라고 다음 샷에 대해 계속 생각을 했다. '(경사가) 많이 심할까?', '심하면 어떻게 치지?' 생각하면서 후반 플레이를 했다"며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바람이 불면서 잘 친 것 같은데도 조금씩 러프에 빠지는 상황이 나왔다. 힘을 빼고 쳐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가장 달라진 건 퍼트였다. 3차례 준우승을 차지하고 상금랭킹 13위에 올랐던 커리어 하이 시즌 2024년에도 평균 퍼팅이 32위(29.95개)였으나 올 시즌엔 11위(29.68개)로 급상승했다.
최예림은 "아이언샷이나 드라이버 정확도는 똑같다. 작년과 달라진 건 퍼팅이다. 사정권에 들어왔을 때 많이 집어넣다보니 버디나 파 세이브 확률이 작년에 비해 월등해졌다"며 "그동안 퍼팅 레슨을 받지 않았는데 받으면서 많이 다듬어주셨다. 자세도 잡아주고 (퍼팅) 라인도 편하게 보고 칠 수 있도록 조언해주신 게 많이 도움이 됐다. 원래는 퍼팅할 때 많이 불안했는데 올 시즌엔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꾸준했으나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무너지며 흔들린 마음을 스스로 달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최예림은 그간의 준우승 장면을 떠올리며 "창피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어떨 땐 리듬이 빨라졌다. 어떨 땐 리듬 느려졌다. 내 템포를 지키지 못한단 생각을 많이 했다"며 "편안하게 치려는 생각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됐다. 우승권에 있을 때 든 생각은 '2등을 9번 했는데 10번, 20번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장에 가서 다 졌었는데 '이럴 거면 (연장에) 가지나 말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연장까지 갈 정도면 우승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 전엔 '나는 우승 할 수 없는 선수인가보다' 생각도 했는데 이젠 '나도 우승할 수 있는 선수구나'라는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하나의 벽을 허물었고 마음의 짐도 사라졌다. 최예림은 "준우승을 많이 하고 집에 갔을 땐 늘 잠을 잘 못 잤다. 이 홀에서 왜 그랬을까 생각에 사로잡혀서 며칠은 자책을 했다"면서도 "이젠 두 다리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제 목표는 더 많은 우승이다. 최예림은 "지난 9년 동안 꾸준하게 치는 선수를 했으니 이젠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10승까지 하고 싶다"며 하반기 목표로 "큰 대회가 많고 메이저 대회가 2개 남아 있는데 여기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블루헤런(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첫 스폰서이기도 하고 거기서 연습도 많이 했어서 우승하고 싶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올 시즌 메이저 대회, 나아가 10승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체력을 꼽았다. 최예림은 "체력적으로 보완하고 비거리 늘리다보면 더 많은 찬스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요즘 점점 더 전장 길어지고 까다로워지고 있어서 러프에서도 크게 무리 없이 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다. 올 겨울엔 체력 중점적으로 보완을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