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전북도와 서울시가 '공동개최' 딜레마에 빠졌다. 전북도는 기존 비수도권 도시 간 연대 구상에 서울을 포함하는 데서 나아가 공동개최까지 제안했지만, 실제 협의는 지지부진하다. 국내 논의가 길어지면서 유치 준비가 늦어져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전북에서 제안한 공동개최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잠실과 상암 등 경기시설 사용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비용 분담 등 구체적인 정부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북도는 지난해 2월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서울을 49대11로 제치고 국내 유치추진도시로 선정됐다. 국가균형발전과 비수도권 연대를 내세워 전주를 중심으로 대구·광주·충남·충북 등의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경기시설과 도시 기반여건의 국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최 구상이 달라졌다. 지난 9월 이원택 전북지사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공동개최를 제안했다. 전북은 서울의 협력을 얻으면서 개최도시로서의 역할과 실익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동개최로 전환하면 종목별 경기장과 선수촌 배치, 비용 분담과 운영 책임을 모두 조율해야 한다. 역할 분담과 재정·운영계획도 새로 수립해서 제출해야 한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공동개최에 소극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내 후보지 경쟁에서 패한 뒤 협력 요청을 받은 데다 공동개최의 성과와 부담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잘해야 공동개최 수준인데, 서울이 혼자 하면 훨씬 성과를 낼 수가 있지 않나 하는 말도 나온다"며 "분산개최를 했을 때 경기장 배치와 선수 이동·훈련, 선수촌 운영을 따지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체육회가 먼저 나서서 재원 조달 등을 포함한 제안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발투수(전북)가 구원투수(서울)를 부르고 있는데, 감독과 코치는 뒷짐지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참여를 이끌 정부 차원의 유치 전략과 지원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체육회는 서울·전북이 합의하면 후속 절차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지난 9월 16일 전북의 개최계획 심의를 보류한 뒤 구체적인 재심의 일정이나 공동개최 지원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자체 간 (공동 개최) 합의는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합의가 이뤄져도 남은 절차가 적지 않다. 문체부는 개최계획이 큰 틀에서 바뀌면 원칙적으로 체육회 공모부터 다시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도 사전타당성 조사와 지방의회 동의 등을 거쳐 유치추진도시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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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경쟁국들은 발 빠르게 사전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국·독일·인도·카타르·헝가리 등 7개 유치 관심국 가운데 내년 3월 전략대화 대상을 추린다. 이후 2028년 말 집중대화 대상을 선정하고 2029년 중반 개최지를 최종 결정한다. 국내 논의가 길어져 경쟁력 있는 개최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유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체육계 관계자는 "전북이 공동 개최를 희망한다면 정부나 체육회 안에만 기댈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나서서 국내 절차를 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