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장 함세웅 신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왼쪽 벽에 붙은 안중근 의사의 대형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한바퀴 빙 둘러보는데 창문 맞은 편 벽에도 안 의사의 모습이 걸려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실. 이 방의 주인인 함세웅(65) 신부는 '6월 민주항쟁 20년 사업 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이자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장'이다. 74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결성한 이후, 그는 늘 한국 민주화 운동의 중심이자 상징이었다.
이런 그가 투자자 운동에 뛰어들었다. 26일 창립되는 기업책임시민센터의 이사장을 맡은 것이다. 이 센터 발기인으로 오충일 목사(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효림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김형태 변호사(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사장) 등 종교, 사회지도자 63명이 참여했다.
이 센터는 앞으로 범종교적인 사회책임투자(SRI)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촉구하는 활동도 한다. 이 센터의 전신인 기업책임시민연대도 2000년 이후 국제심포지엄, 대기업에 대한 CSR보고서 발간 요구 등 SRI, CSR 촉진 활동을 벌였다.
한국의 종교, 사회지도자들이 왜 '자본'의 영역에 뛰어들겠다는 것일까. 함 신부는 "정의가 생존의 핵심(Justice, the heart of Sustainability)"라는 말로 설명했다. 이 문구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제안해 세계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WSSD) 범종교 부문에서 채택했다.
"'서스테이너빌러티'는 우리 말로 생존입니다. 학자들이 '지속가능성'이라고 번역했지만, 쉽게 말하자면 '생존'입니다. 생존이란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공동선(Common Good)입니다."
그는 투자, 경영에서도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70년대 군사독재 이후 경제 중심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면서 지금은 경제정책, 기업, 투자자, 시민 모두 자본에 예속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기업을, 자본을 누가 만듭니까? 사람 아닙니까? 사람이 과정이자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종교, 학교, 기업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교단, 학교, 기업에 돈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어요? 그 돈이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공동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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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영미권에서도 종교인들이 자신의 돈에 철학과 가치관을 담아 투자하면서부터 사회책임투자운동이 시작됐다. 비폭력 원칙에 따르는 미국 퀘이커교도는 군수산업 투자금지를 투자 원칙으로 내세웠다. 낙태에 반대하는 가톨릭교도는 관련 기업을 빼고 투자했다.
함 신부를 비롯한 종교, 사회지도자들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2003년 기업책임시민연대가 CJ투자증권(당시 제일투자증권)과 손잡고 내놨던 SRI-MMF’는 종교계의 무관심 속에 시나브로 사라졌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당시에는 자본의 선순환적 투자의 개념을 많은 이들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젠 전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센터의 발기인들은 창립취지문에서 "깨어있는 투자자, 감시자로서 종교,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경제정의를 실현해나가자"고 외친다. 창립기념세미나와 창립총회는 26일 오후 3시 은행회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