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총수의 윤리는 왜 중요한가

그룹총수의 윤리는 왜 중요한가

최정철 기업책임시민센터
2007.11.06 10:10

[쿨머니칼럼]삼성과 신세계 윤리경영의 '이중구조'

최근 비자금 파문이 일고 있는 삼성그룹은 산하 많은 기업이 윤리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전자 및 삼성홈플러스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작성하여 보고, 공시하고 있다. 총수의 차명주식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신세계그룹 역시 윤리경영을 매우 중시하고 있는 대규모 기업집단이다.

이는 결국 삼성그룹이나 신세계그룹이 윤리경영을 도입하여 실천하고자 하는 제도적 이상과 그룹총수의 경영실제는 매우 큰 괴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룹총수는 그룹 내에서 작동하고 있는 윤리경영의 '피안'에 존재하면서 자신 외의 임직원에게 윤리경영을 강요하는 이중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 구조로 인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위법적 영역을 바로잡아서 무소불위의 권위체제를 일반시민의 권위 수준으로 환원시키려는 시도를 매우 주저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위상은 크다.

한국의 사회구성원들은 "삼성이 잘못되면 삼성그룹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마음의 짐'을 지고 있다. 삼성그룹이 한국사회에 발휘하는 권위는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러한 권위가 권위적 체제로 굳어지게 되면 삼성그룹의 세계적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핵심인재의 유출 위험을 반드시 자각해야 한다.

삼성그룹은 1만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고 있다. 또, 창의력이 중시되는 지식사회의 특성을 반영해 핵심인재 중시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핵심인재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가족의 행복, 배우자로부터의 인정감, 자식으로부터의 존경 등을 모두 원한다.

소속된 기업의 윤리수준이 매우 낮거나 소속된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면 핵심인재는 이직의 유혹을 받게 된다. 핵심인재는 기업을 상대로 한 개별적 교섭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언제든지 존경받는 새로운 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 핵심인재를 잃게 되는 기업은 경쟁력에 있어서 매우 큰 손상을 입게 된다.

기업이 윤리경영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는 대내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 있다. 기업은 핵심인재가 안정된 업무환경 하에서 창조적 행위를 극대화하기를 기대한다.

삼성그룹이나 신세계그룹이 종업원과 약속한 윤리경영이나 지속가능경영을 스스로 위배해 핵심인재 등 임직원이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면, 한국사회가 이들 기업의 허구적 윤리경영에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면, 그들은 '마음의 짐'뿐만 아니라 진짜 짐을 쌀 수도 있다. 소비자도, 직원도 떠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고의 정점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은 현재의 위기를 매우 중대하게 인식하고, 신뢰성의 위기를 벗어나려 노력해야 한다. 그릇된 경영행태에 대하여 한국사회와 종업원에 진솔하게 고해성사를 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국내 대기업의 시장은 이미 지구사회가 됐다. 지구사회가 대규모 기업집단에게 요구하는 윤리수준은 이미 매우 높고 넓다. 지구사회에선 시민, 국제기구뿐 아니라 사회책임투자자, 사회책임소비자가 실질적인 힘을 키워가고 있다.

만약 지구사회가 요구하는 윤리 기반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비록 한국사회가 성역을 무너뜨리는데 주저하더라도, 지구사회는 현재의 지지를 철회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저급한 윤리의식을 갖고 있는 대기업집단에게 지구사회를 책임지도록 방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대기업들은 거짓된 윤리경영과 지속가능경영에서 벗어나 진실된 윤리경영과 지속가능경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기반의 구축은 기업과 구성원의 건강성을 높이고, 한국사회와 나아가 지구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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