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영리병원 관련 '침묵'의 의미

복지부, 영리병원 관련 '침묵'의 의미

최은미 기자
2009.12.15 15:43

"내가 총알받이가 돼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보건의료시장을 자본투쟁의 장에 맡겨놓을 순 없다" 김충환 보건복지가족부 의약품정책과장이 1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이같은 발언을 통해 '영리약국' 허용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정부는 일반인이나 주식회사 등 법인이 약국을 차릴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열어놓는 내용의 '의약부문 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확정,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날 공청회를 열었다.

패널로 나선 김 과장은 "보건의료시장을 만인에 대한 자본투쟁에 맡겨놓기에는 국민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며 "복지부 담당과장인 나도 이해 못하는 방안을 어떻게 끌고 간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재정부의 추진안에 공개적으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같은 날 보여준 '영리' 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태도. 복지부는 올초부터 재정부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 여부를 검토해오다 지난 5월 외부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도입 효과와 부작용 등을 미리 검토해 정책방향을 결정짓기 위해서였다. 이날이 6개월 간 진행된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는 'D-데이'였다.

하지만 복지부는 보도자료가 배포된 14일부터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영리' 약국 문제에 공식석상에서 날 선 비난을 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재정부가 자체 브리핑을 갖고 기자들에게 "사실상 영리병원 도입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봐도 좋다"고 앞서갔지만 복지부는 보도자료 외에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방송 인터뷰, 녹취도 일절 거절하고 있다.

'영리' 병원은 일반인도 법인을 만들어 병원을 세우거나 투자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복지부가 날을 세워 반대한 '영리' 약국과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같은 날 비슷한 사안을 두고 복지부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의료계는 영리병원의 경우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대놓고 찬성하기 힘든 상황인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실제로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공개 석상에서 '영리' 병원 허용에 반대입장을 피력한 적이 한번도 없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에 "지나친 우려와 지나친 기대가 있다"며 "(자본조달이 원할해져야) 병원이 지속가능하고, 그래야 국민 건강권도 보장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의료 민영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전 장관은 "병원을 효율화하자는 것이지 민영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공공 의료체계를 유지시켜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복지부의 움직임에 모 병원장은 "대놓고 찬성도 반대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게 어느정도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뜻 아니겠냐"며 "부정적인 여론을 우려해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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