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진 것 같다. 정부가 최근 잇따라 내놓는 경제정책 얘기다. 서민 체감경제 악화 등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임기응변식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앞뒤 안 맞는 정책목표를 동시에 내놓는 등 표류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차관들은 지난 17∼18일 이틀 간 머리를 맞대고 내수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겨울방학을 단축하는 대신 봄·가을방학을 신설하고,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거나 공공부문에 우선적으로 서머타임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나왔다. 여가생활을 늘려 '삶의 질'을 높이면서 소비를 촉진하면 내수 진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한마디로 '돈 쓸 시간을 늘려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여가시간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려면 우선 가계 대부분에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내수가 위축되는 근본 이유는 서민층이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서민층과 중소자영업자들은 빚더미에 허우적대고 있다. 국민 한 사람당 부채는 1918만원으로 1인당 명목국민소득(GNI)의 79.9%에 이른다. '번지수를 잘못 집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른 대책과의 충돌도 논란거리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요금에 '콜렛-헤이그 규칙'을 도입할 것을 시사했다. 생산 부문에는 낮은 요금을 적용해 생산을 촉진하고 레저 등 여가 부문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박 장관이 강조하는 '창의적 물가 대책' 중 하나다. 하지만 내수 활성화 대책과 겹쳐 보면 여가 생활을 늘리라면서 여가 생활의 부담을 높이는 '묘한 그림'이 그려진다.
조만간 발표될 가계대출 대책과도 엇박자다. 정부는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개인부채 '뇌관'을 제거하기 위해 은행·카드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 규제가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가 어느 정도 가라앉히는 점을 감안하면 상충된 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셈이다.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심(票心)'과 직결된 서민 체감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절박함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물동이를 이고 하늘을 쳐다본다(戴盆望天)'면 필경 물을 쏟을 수밖에 없다. 노루도 잡고 토끼도 잡겠다는 문어발식 정책 대응보다는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