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갈길 먼' 역외탈세와의 전쟁

[기자수첩]'갈길 먼' 역외탈세와의 전쟁

전혜영 기자
2011.08.01 06:25

"그간 역외탈세 차단 등 많은 조사 성과를 올렸지만 국민 기대 수준에는 아직 미흡하다"(이현동 국세청장)

올해 국세청 역점 사업 중 최우선 순위는 역외탈세 근절이다. 평소 '정중동(靜中動)'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이현동 청장도 역외탈세에 대해서라면 날 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총 1만8300건 내외의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숨은 세원 양성화 등에 조사역량을 투입해 총 1조원 이상의 역외탈세를 찾아낼 계획이다. 이미 1분기에 권혁 시도상선 회장을 포함해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세금 탈루를 잡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청장 지적대로 국민 기대 수준에는 미흡한 실정인가 보다. 감사원은 최근 '국제거래 과세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하면서 국세청에 직격탄을 날렸다. 국제 거래가 급증하면서 이를 틈탄 조세 탈루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국세청 등 과세당국이 수수방관하고 있어 수천억 원의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계 부동산투자전문회사인 A사는 지난 2006~2008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949억여 원을 탈루했지만 국세청은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또 미국계 소프트웨어 업체인 B사도 2008년 거주지국 위장을 통해 629억 원을 탈루했지만 해당 세무서는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국내법인도 사정은 비슷하다. C사는 2008년 법인세를 신고하면서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100억 원 대 소득을 누락했고, D사도 홍콩 자회사를 이용해 법인세 9억500만원을 적게 납부했다.

감사원은 국세청이 조사체계를 정비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등 대응방안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세청의 국제거래 전담 인원은 지난해 기준, 200명 남짓이고, 그나마 대부분은 외국법인의 국내거래 감시를 위주로 하고 있다. 최근 역외탈세 발굴 전담 인력을 15명에서 23명으로 늘렸지만 불법외환거래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감사결과는 국세청이 그간 역외탈세 문제에 소홀했다는 방증이자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세청은 이제 갓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의욕만큼이나 지구력이 따라줘야 긴 승부에서 지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은 역외탈세와의 승부에서 만큼은 잊어도 좋을 것 같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