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가 위기에 놓였다. 증시는 폭락하고 외환시장도 변동성이 커지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이끄는 '사령탑'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얘기다. 지난 6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전격적으로 강등하자 경제수장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나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일요일인 7일 사무실로 출근,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자택에서 보고를 받는 것으로 업무 관련 일정을 마무리했다. '경제 수장으로서 현 사태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전화 질문에도 "보고는 받았지만 지금으로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오후에 열리는 차관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결과 후 배포되는 자료가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박 장관의 '침묵 모드'는 코스피가 장중 사상 최대 폭인 143포인트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40여일 만에 최대치로 치솟은 8일에도 이어졌다. 박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뒤 보고를 받았다. 현재 상황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과 권 원장이 직접 나서 과도한 불안심리를 경계했던 것과 대조된다.
박 장관의 첫 발언은 9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나왔다. 하지만 사흘 만에 '사령탑'에게서 나온 발언은 앞서 이틀간 다른 장관들의 발언을 되풀이 하는데 그쳤다.
박 장관의 '조용한 행보'는 현재 상황이 과거 위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정부 의지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가 나서 액션을 취하기보다 시장동향을 면밀히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장관의 경험 부족을 꼬집는다. 경제 관료 경험이 부족해 위기 인식과 대응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이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우리 경제의 건전한 펀더멘털을 '공세적'으로 알리면서 과도한 불안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주력한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금융정책실장으로 근무한 경험을 십분 발휘, 교과서적인 위기 극복을 이끌어냈다.
박 장관의 좌우명은 '마행처 우역거(馬行處 牛亦去)'다. 말이 간 곳에는 소도 열심히 걸어가면 충분히 갈 수 있다는 뜻으로 박 장관 특유의 성실성이 드러난 말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한 결단력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 속에서 진가를 드러낸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위기다. 박 장관이 리더십과 위기대응능력을 드러낼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