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묘안 짜내기에 고심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지난해에만 1조3000억 적자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도 건강보험은 5130억 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재정문제를 방치할 경우 연간 적자폭이 2018년 10조, 2025년 30조, 2030년에는 무려 5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보건의료미래위원회를 열어 개선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위원회는 격론 끝에 국민의 비용부담이 높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장성(건강보험이 전체 진료비에서 지원하는 비율)을 강화하되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건강보험지출) 비중은 5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2.5%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위원회 권고대로 보장성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도 이와 관련, 중증·고액·입원 분야 본인부담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보험료율을 앞으로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미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해 재정운용준칙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늘어나는 보장성만큼 건강보험료 부담을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월소득 대비 5.64%다. 보험료율을 최근 10년간 인상률과 같은 연평균 5% 인상한다고 해도 보험료율은 2018년 8%에 달한다. 여기다 재정운용준칙을 도입하면 보험료율은 8%도 훌쩍 뛰어넘어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복지부는 건보료 재정을 위한 개혁에 나섰다. 지난달부터 자산 9억을 초과하는 고액재산가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제외해 보험료를 납부토록 했다. 직장가입자도 금융·임대·사업소득이 있으면 전체소득에 따라 건보료를 더 걷기로 했다.
결국 전방위적인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건보료를 인상하려면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도 투명한 건보료 부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재정절감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가 형평성을 제고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가입자에게만 건보료를 더 많이 떠넘기는 불합리한 구조를 또 다시 적용한다면 광범위한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