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재정 포기 안 된다] 정치 논리에 재정건전성 흔들려
0~5세 무상보육 등 내년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무상시리즈에 청와대마저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잇단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민심을 얻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결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따라 장외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복지지출은 한번 늘어나면 다시 되돌리기 힘든 경직성 예산이란 점이다. 복지 예산을 재정 추계 없이 늘린다면 사실상 2013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는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취임 때부터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전사처럼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을 막아 내겠다"고 밝혀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의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무상 포퓰리즘에 위협 받는 균형재정=재정부는 지난 9월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재정적자를 내년에 14조3000억 원으로 줄이고 2013년엔 2000억 원의 소폭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도 2013년 균형예산에 초점을 맞춰 짰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급부상한 정치논리 앞에 균형재정 목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잇단 선거 패배와 한미 FTA 일방 통과로 지지율이 급추락한 한나라당은 복지예산 3조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정부 반박과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급하지 않은 예산을 2조원 줄일 경우 세출확대를 1조원 수준에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민생예산 증액은 △0~4세 무상보육(5000억원) △기초노령연금 인상(4500억원) △대학생등록금지원(5000억원) △비정규직사회보험료(5000억원) △직업훈련·취업활동지원수당(5000억원) △보훈수당 1200억원 △청년취업·창업지원(2000억원) △경로당지원(450억원) △지역아동센터지원(300억원) 등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3+1' 보편적 복지를 아예 당론으로 정해놓았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3+1' 보편적 복지 정책을 실현하려면 연평균 16조8000억 원이 넘는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에 민주당 요구까지 합쳐진다면 세출 예산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예산이 내년에만 적용되는 1회성이 아니라 매년 계속 지급돼야 하고, 금액 역시 늘어나야 하는 지출이라는 점이다.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세수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사실상 2013년 균형재정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 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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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리에 우선순위 뺏긴 재정부, 재원조달은?=재정부는 정치권이 0~4세 무상보육 등 복지예산 증액, FTA 후속대책 등 현안을 주도해 나가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재정부는 정치권 포퓰리즘 요구를 막아내기는커녕 오히려 정치권과 청와대 요구로 복지지출 증액에 나서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 방향을 청와대나 국회가 정하다 보니 포퓰리즘적 성격이 가미되고 있다"며 "재정 부담이 커질 수 밖 없다"고 우려했다.
재정부는 복지지출 확대는 일부 검토를 통해 수용하되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등 증세는 철저하게 막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증세 대신 세원을 확대하거나 페이고(Paygo)나 재정준칙 도입을 통해 세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증세보다 세원을 넓혀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소득세율을 높이기보다 금융소득이나 임대소득 과세 등을 통해 형평성을 개선하는 등 기타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박형수 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재원조달 방안 없이 복지지출을 늘릴 경우 결국 균형 예산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금융소득, 임대소득 과세 등 세원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