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이미 '低성장 늪'에 한발 빠졌다

한국경제 이미 '低성장 늪'에 한발 빠졌다

유영호 기자, 신희은
2012.07.03 05:29

재정위기 등 불안요소+구조적 성장한계 이중고…"단기 투자활성화·장기 구조조정 시급"

믿었던 정부마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끌어내렸다. 정부의 '전망치'가 실상은 정책의지가 반영된 '목표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잘해야 3%대 초반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해(3.6%)에 이어 2년 연속 3%대의 '저(低)성장'이다.

이에 대해 학계와 재계, 정계 등을 대표하는 경제전문가 19인은 "한국 경제가 장기간 '냉온탕'을 들락날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의 진단을 내놨다. 유럽 재정위기 등 불안요인이 수습되면 어느 정도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과거 같이 5~6%대 이상의 급반등은 이제 힘들다는 설명이다.

◇경기저점 통과? 내년까지 '점저(漸低)'=향후 경기 국면을 전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이른바 바닥, 경기저점에 대한 판단이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아직 경기 저점을 통과하지 않았다며 추가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경기가 더 내려갈 수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고 김진성 한화증권 치프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가 바닥이라고 하지만 바닥 국면에 계속 머무르는 상황이라 저점을 지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 상태는 실물경제로의 충격 전이가 이미 시작된 불황의 초입"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국내 경제지표는 악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한 2753억8000만 달러에 그쳤고 무역수지 흑자도 107억4000만 달러로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도 3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각각 현재의 경기상황과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경기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경기 국면은 저점을 통과하는 과정"이라며 "하반기부터는 다소 좋아질 걸로 본다"고 밝혔다.

◇저성장 기조 고착화되나=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최근 저성장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내놓았다.

현재의 저성장 기조는 '선진국 장기침체'와 '국내 잠재성장률 저하'하는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선진국 장기침체는 부채 의존적인 현재의 경제구조를 혁신해야 하고, 국내 잠재성장률 저하 역시 경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 한국 경제를 괴롭힐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는 1980년 2차 오일쇼크(-1.9%) 나 1998년 외환위기( -5.7%), 2003년 카드 사태(2.8%) 당시에는 경제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다음 해 곧장 빠른 성장세로 돌아서며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경제성장률로 봐도 1982년부터 1991년까지 평균 성장률은 9.1%로 떨어졌고, 다음 10년(1992~2001년) 동안에는 평균 5.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가시화되기 전인 2008년까지 경제성장률은 평균 4.5%로 더 낮아졌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는 대내외 하방위험이 커진 탓도 있지만 구조적 문제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면서 "성장률이 갑자기 3~4%로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니라 그 정도 성장할 수밖에 구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긴호흡으로 경제 체질개선 시급해=그렇다면 한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처방전'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투자여건 개선을 통한 내수활성화 선순환'을,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업 등 경제 구조조정'을 공통의 해법으로 꼽았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단기적으로 본다면 지금의 경기위축은 투자 부진으로 내수회복이 지연되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등 투자여건을 개선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등 산업 구조조정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장기적 대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효과가 단기에 그치는 수요 측면보다는 호흡이 긴 공급 측면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 주신 분들(가나다 순)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 △김진성 한화증권 치프 이코노미스트 △김현욱 SK경제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 교수 △유신익 HMC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이민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이영 한양대 경제학 교수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최형기 대신증권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 교수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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