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격하락 압력 받는 등 에너지 협력패턴 변화 올 것
북미의 셰일가스 열풍이 중국으로 확산되면서 한국·러시아·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에너지 협력 패턴에 몇 가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동북아 에너지 공급자인 러시아는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셰일가스는 지하 퇴적암층의 셰일(혈암)층에 저장된 메탄가스를 말한다. 채굴이 어려워 1800년대 처음 발견한 후 100여 년간 방치됐으나 미국이 2000년대 초반 가스 저장층을 따라 굴착해 고압의 물을 분사하고 셰일을 파쇄하는 새 공법을 개발했다.
이제 미국에선 셰일가스에서 시작된 에너지혁명이 100만 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사회 각 분야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 열풍이 중국에도 상륙한 것이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선 '상하이 셰일가스 포럼'이 성황을 이뤘다.
20세기 100여 년간 동북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지리적 근접성에도 불구하고 거의 전적으로 중동 에너지에 의존해왔으며 일부를 동남아 국가에 의존해왔다. 그러다 북미 지역 셰일가스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한 2009년, 러시아는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ESPO)을 개통하고 사할린 가스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등으로 중동산 석유가스를 점차 대체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적극적인 동북아 진출과 LNG 시장 진출은 북미 셰일가스 혁명이 근본 배경이었다. 그 타개책으로 러시아는 이제까지는 미개척 시장이었던 동북아 지역에 적극 진출하는 카드를 빼든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에너지 공급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동북아 지역 경제 편입, 러시아의 낙후된 아시아 쪽 영토 개발,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증대 등을 예상하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한국과 중국, 일본을 겨냥한 러시아의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LNG 공급 카드는 각각 중국과는 가스 가격 협상 난항, 일본과는 정치적 문제로 인해 답보 상태에 빠졌다.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가격은 한국·일본의 수입가격인 1MBTU(100만 BTU) 당 15~16달러보다 낮은 10달러 선이지만 2012년 6월 러·중 정상회담에서 가스가격이 다시 의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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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PNG를 같은 단위 당 8.5달러에 공급받고 있는데 러시아에 이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가스 가격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중국은 자국의 셰일가스를 직접 개발하고 미국의 앞선 기술도 단기간에 따라잡겠다는 각오다.
일본은 자국 가스 소비량의 9%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사할린II' LNG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러시아 PNG, LNG 도입과 북미 셰일가스 개발을 병행 추진하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2년 6월 22일 일본과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 125억 달러를 투자, '사할린I' 가스 LNG 수출 터미널 구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원래 사할린I 가스는 블라디보스토크로 운송, 북한 경유 가스관을 통해 PNG로 한국으로 수출하려던 것이다. 북미 셰일가스 혁명으로 러시아가 사할린 가스를 PNG보다 LNG로 우선 수출하는 전략으로 선회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한·중·일이 동시베리아나 사할린이 아니라 미국·캐나다의 셰일가스전으로 대규모 투자를 선회함에 따라 동북아에 대한 러시아의 기존 PNG·LNG 수출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러시아는 세계 LNG 수요의 51%를 차지하는 한국, 일본, 대만 등이 기존의 유가와 연동된 LNG보다 저렴한 북미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시작하면 PNG 또는 LNG 가격 인하 압력을 받을 것이다. 우리도 이 같은 국제적 흐름을 놓치지 말고 변화를 주목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