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열쇠…"새는세금 이제그만"]<2-2>국세청, 세수 190배 늘때 인력 2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인 결혼 예물을 준비하기 위해 금은방을 찾은 예비부부들은 현금으로 귀금속 세트를 구매할 경우 대폭 할인된 가격을 제시받는 경우가 많다. 현금과 신용카드 구매의 가격 차이가 100만 원에 달하는 곳도 있고 아예 신용카드 리더기를 구비하지 않은 사업장도 있다.
예비부부들은 현금을 내고 할인을 받는 거래가 매출을 누락시키기 위한 탈세 조장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싼 값에 예물을 구입했다고 기뻐한다.
결혼식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금으로 들어온 부조금은 증여세 처리도 되지 않고 쌈짓돈으로 활용된다. 예식 비용은 부조금 중 일부를 현금으로 예식장에 지불한다. 현금 할인 과정 역시 예물 구입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물 구입과 예식 비용 뿐 만이 아니다. 출산 후 아기 돌잔치, 학생이 된 자녀의 학원비, 부모님에 대한 장례비용까지 현금 거래를 통한 탈세 문화는 대한민국 전체에 만연돼 있다.
사업자들은 현금 거래를 통해 매출을 축소하고 소비자들은 "좋은 날인데", "부모님 가시는 길인데" 등의 이유로 좋은 게 좋다는 '인지상정' 감성을 내세워 탈세에 대한 죄책감을 털어낸다.
과세당국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죄의식도 없이 만연한 탈세 백태를 알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다. 이들 모두를 조사할 인력이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한해 거둬들이는 세수는 지난 1975년 1조원에서 2012년 190조원까지 190배 늘었다. 하지만 세정을 담당할 국세청 직원은 1975년 당시 1만372명에서 지난해 2만13명으로 겨우 두 배 증가했다.
국세청은 올해에도 204조원의 세입예산을 담당해야 한다. 여기에 박근혜 표 공약실천을 위해 28조원의 추가 세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충원 계획은 없다. 고민은 더 깊어갈 수밖에 없다.
'자가발전'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단행되는 정기 인사를 통해 자체적 조직개편을 실시하기로 했다. 행정 지원부서 인력 500여 명을 빼와 조사 업무에 투입할 예정이다. 국세청 전체 2만 여 직원 중 2.5%에 불과한 규모지만 다가오는 박근혜 정부 시대의 세원확대 기조를 만족시키기 위한 자구책이다.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구두로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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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지난 2009년부터는 모든 직원들에게 자체 탈세정보 자료인 '밀알정보'를 올리도록 하고 있다. '밀알정보'는 본인이 직접 경험했거나 관내 탈세 우범 개인·업체들을 관찰해 보고하는 정보수집 과정이다.
의무사항이고 개인 평가에 반영된다. 전국의 모든 납세자들의 과세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자 현 이현동 국세청장이 차장시절 고안한 방안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큰 업체나 매출이 많은 곳은 항상 주시하고 있지만 인력이 한정 돼 있다 보니 탈세 혐의자 모두를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규모가 크고 지능적인 곳으로 조사인력이 향하고 경미한 쪽은 누적관리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세 전문가들은 사회 전체에 만연돼 있는 탈세문화 근절을 위해 과세당국의 인력과 조직을 확보하는 동시에 점진적으로 관련 제도 및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인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우선 과세행정을 강화해서 세원을 포착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핀란드처럼 지하경제조사국을 국세청 내부에 설치해 지하경제를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탈루를 줄여야만 일반납세자의 조세 부담도 줄어든다는 점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은 "지하경제가 갑자기 양성화 되면 그 동안 세금 납부 개념에 소홀했던 사람들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며 "세원 투명성을 찾고 이를 세금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 충원도 중요하지만 다른 부처와의 정보 공유가 절실하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국세청이 파악하고 있는 실물거래 외에 금융거래를 파악하게 되면 좀 더 효율적이고 확실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공유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세청 내 조사국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다면 정보라도 많아야 한다. 현재 다른 정보들은 과세자료제출법에 따라 거의 다 받고 있는데 금융관련 자료만 벽에 막혀 있다"며 "FIU 자료 뿐 만이 아니라 파생상품 거래 내용도 현재는 금융관련 법들 때문에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