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과거 '투자 패러다임'으론 도약 못해...'고용'이 곧 성장동력

"줄푸세에서 늘지오로 변했다. 경제 상황의 변화를 제대로 본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본 전직 경제부처 장관의 평가다. 이 장관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여기 담겨 있다고 했다.
'줄푸세'는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핵심 공약이었다. 당시 경제 활성화가 화두로 떠오르며 규제 완화와 감세에 초점을 맞췄다. '대기업이 살아야 먹고 산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반면 5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다. 박 대통령은 "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오)'"라는 '늘지오'를 선언했다. 오로지 '일자리'만 있다. 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숫자는 '고용률 70%, 중산층 70%'가 전부다.
과거 경제 정책에 대한 반성이자 패러다임 변화의 출발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규제 완화와 감세가 줄곧 이뤄졌다. 환율의 뒷받침도 있었다. 국가는 성장했다.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돌파했고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에 올라섰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국가)'은 과거 패러다임의 결정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국가 경제 규모는 커지고 국격은 높아졌지만 국가라는 거대 담론하에서 개개인의 삶의 경시돼 국민 행복 수준은 낮다"고 진단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일자리가 없으니 돈을 벌 수 없고 소비를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박근혜 정부는 아예 기준을 '일자리'로 돌린다고 선언했다. 실제 일자리 챙기기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외환위기 전만 해도 '연 % 성장' 등 경제 성장률이 전부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상수지나 외채 등이 중시됐다.
2000년 전후로 일자리가 활용되긴 했지만 질보다 숫자에만 매몰됐다. 전직 관료는 "일자리, 고용을 강조했지만 중심에 두기보다 성장에 따른 결과물로 봤다"며 "성장률이 1%포인트가 올라가면 일자리가 7만개 생긴다는 식의 접근이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흐름에서 저성장의 직격탄을 맞았다. '성장→일자리'의 패러다임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구조에 걸렸기 때문이다. '7%성장=60만개 일자리'란 공약은 허구가 됐다. 5년간 이명박 정부가 만든 일자리는 130만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토목이나 파트타임 등 임시직이 주다.
또 과거 패러다임은 일자리보다 투자에 중심을 뒀다. 기업들이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최대 관심이었다. 경제 정책도 '대기업의 투자 의욕 고조'에 맞춰졌다. '투자→성장→고용→소비'의 선순환을 이룬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임시투자세액공제, 법인세 인하 등 세제 지원도 이뤄졌다. 하지만 낙수 효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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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투자 중심'에서 '고용 중심'으로 변화를 꾀한 이유이기도 하다. 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달렸다. 패러다임 전환을 현실화시킬 수 있냐는 점에서다. 전직 장관은 "고용률 70%라는 숫자에 매달리기보다 일자리 중심의 정책을 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의도적으로나마 일자리 현황을 종합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일단 국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대략의 그림은 제시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직접 '국민일자리행복회의'를 주재하며 일자리를 챙긴다. 그 밑에 경제부총리 중심의 일자리 정책 조정회의를 둔다. 매달 회의를 열어 지역별 산업별 일자리 동향을 파악한다. 과거 수출 관련 동향을 일·월 단위로 챙겼던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민관 일자리 협의회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참여한다.
기업 입장에선 투자 규모 대신 일자리 숫자를 들고 와야 한다. 자연스레 일자리와 투자를 연계시킬 수밖에 없다. 일자리는 민간 소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 고리를 복원시킬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인사는 "패러다임의 변화, 기준의 변화가 단순한 레토릭으로 비칠 수 있지만 실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다보면 느끼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얼마를 투자했는지보다 몇 명을 고용했는지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