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데니스 브라운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 사무국장

"한국 국민들이 국제선 비행기를 탈 때마다 1000원씩 항공권 연대 기금이 적립됩니다.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는 이렇게 만들어진 기금의 일부를 받아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퇴치를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저개발 국가에 약품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시장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데니스 브라운 국제의약품구매기구 사무국장은 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속한 기구를 단순한 약품 지원 기구가 아닌 의약품 시장 개혁을 통해 품질이 좋은 약을 싼 값에 조달토록 하는 기구로 설명했다. 시장 결합형 국제원조인 셈이다.
2006년 9월 출범한 UNITAID는 제약사와 협상을 통해 HIV, 결핵, 말라리아 의약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등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신풍제약(10,470원 ▲220 +2.15%)이 말라리아 치료제를 생산해 UNITAID에 공급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특정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약품을 살 능력이 되지 않아 관련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정 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가진 제약사가 약값을 지나치게 올리면 정작 약이 필요한 개도국 사람들은 약이 비싸 구입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UNITAID는 이들 사이에서 약값을 내리고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현재 한국, 브라질, 프랑스 등 공여국, 카메룬, 콩고, 기니 등 개도국, 빌&멜린다 게이츠재단 등 민간단체, 세계보건기구(WHO) 공공단체와 민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만약 어떤 제약회사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생산능력의 30%만 가동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같은 회사를 찾아 UNITAID에서 주문해 생산능력의 90%를 가동할 수 있게 되면 주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독점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1~2개 제약회사만 있는 시장의 경우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UNITAID는 새로운 기업이 해당 시장이 진출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형태로 가격 경쟁을 일으킨다.
특허 등 지적재산권으로 값이 높아지는 의약품의 경우 특허 풀을 운영한다. HIV 등 의약품에 대한 특허를 가진 사람이 최빈국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특허를 공유하는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이 같은 시장 개입은 각종 치료제 가격 하락으로 나타났다. 소아용 HIV 가격이 원래 가격보다 80% 내려갔고 말라리아 치료제 가격이 80%, 진단도구 가격이 50% 떨어졌다.
그는 "시장이 가난한 나라의 니즈에 맞춰 변화했다"며 "가난한 나라와 국민은 혜택을 입었고 부유한 나라는 기부 압박을 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UNITAID가 직접 커버하는 환자의 숫자는 줄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과거 소아용 HIV 치료제를 36만명에게 제공했지만 지금은 1만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자신들이 맞춰놓은 시장 가격 대로 많은 조직이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UNITAID가 제약사와 의약품 공급 계약을 할 경우 원칙이 있다. 반드시 해당 제약사에 수익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역할 등을 중시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경우 6개월 이상 관계가 지속되지 못했다"며 "가난한 나라에도 도움이 되고 해당 기업에도 수익이 되는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UNITAID에 한국은 특별한 나라다. 한국은 국제선 승객에게 1000원씩 매년 150억원을 걷어 이중 절반인 75억원을 기구에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엔 한국이 유일하다.
브라운 사무국장은 "한국 여행객이 내는 작은 돈이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며 "국가 예산에 부담을 주지 않고 국민이 직접 원조를 하는 특별한 형태"라고 말했다. 이 돈을 통해 HIV 아동 50만명, 말라리아 환자 3억명의 목숨을 살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낮은 가격으로 가난한 사람의 건강을 위해 의약품을 공급할 의사가 있는 제약사를 위해 문이 열려 있다"며 "한국의 수준 높은 연구 결과 역시 공유된다면 좋은 곳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