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2시 근무 '정규직' 36세 이선영씨의 하루

9시~2시 근무 '정규직' 36세 이선영씨의 하루

이현수 기자
2013.06.13 06:00

[정규직 시간제, 대한민국의 실험-2] 쥬비스

초등학생 아이 둘을 기르는 이선영씨는 "돈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기르면서도 사회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값지다"고 말했다. / 사진= 최부석 기자
초등학생 아이 둘을 기르는 이선영씨는 "돈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기르면서도 사회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값지다"고 말했다. / 사진= 최부석 기자

이선영씨(36)는 지난 2월부터 다이어트컨설팅 업체 쥬비스 송파점에 나가 업무를 본다. 일어나서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놓고, 청소기를 돌리고 난 후 9시에 집 근처 직장으로 향한다. 가게 오픈과 기기 세팅, 고객 예약업무와 확인이 이씨의 주된 일이다.

퇴근시간은 오후 2시. 집에 돌아와 간식을 준비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온다. 방과 후 활동 준비를 시키고 다시 학교에 보내면 저녁이다. 그는 "(양질의)시간제 일자리를 구하고 삶에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오전 시간을 집에서 보내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직장을 그만둔 것은 12년 전이다. 편집디자인 쪽에서 4년 넘게 일을 하며 경력을 쌓을 때쯤 임신이 됐다. "아이 육아는 엄마가 해야한다는 생각이었고, 아이들을 돌봐주실 분도 따로 없었어요. 회사에서는 출산하고 다녀도 된다고 했지만, 편집디자인 일은 야근도 많고 불규칙해서 아이 키우면서 일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어요."

출산 후 10년 넘게 정신없는 육아생활이 계속됐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씨의 오전이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큰 아이가 12살, 작은 아이가 9살이예요. 아이들이 등교하면 오전에 다른 엄마들을 만나서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는 생활이 반복됐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모임에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자식 얘기, 남편얘기, 집안 얘기 하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그런 자리에 안 나가기 시작하면서 오전에 잠을 자거나 TV를 보는 시간이 늘었죠."

회의감이 들어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허사였다.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부리나케 움직였어요. 엄마의 늘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없으니까요. 청소를 급하게 끝내고 나면 '이게 뭐지,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인생이 이렇게 긴데. 너무 열심히 안사는 것 같다'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하루를 열심히 살자, 뭐라도 해야겠다'했는데 일이 구해지지가 않았습니다."

12년 전 경력과 두 아이, 30대 중반의 나이를 앞세워 구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봤지만, 말 그대로 시급제였고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집에 갈 수도 없었다. "둘째가 울면서 '오빠가 손가락을 다쳐 울고 있어'라고 전활 했어요. '이건 아니다'싶었죠. 두 달 만에 일을 그만뒀어요."

다시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보던 중 알게 된 곳이 쥬비스였다. "시간제 일자린데 4대보험도 된다는 공고를 봤어요. 일단 전화를 했는데 책임자님이 '아이를 데리고 일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지원 가능합니다'라고요. 전화를 끊고 이력서를 넣었는데 연락이 왔어요. 근로계약서도 썼습니다."

자신을 보는 주위 반응이 달라졌고, 남편과 아이들의 격려도 따랐다. "돈을 떠나서 일터에서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값져요. 많은 돈은 아니지만 12년 만에 직접 벌기도 하고요. 더 많이 벌고 싶지만, 제 상황에서는 최대한이니까요. 남편도 제게 예뻐졌다 말해주고, 주변에서도 일하더니 달라졌다고 해주고요. 그동안 맨얼굴에 청바지 티셔츠만 입고 다니다가, 요새는 정장을 입고 다니니 변화가 생긴거죠."

이씨는 스스로 번 돈으로 3년 안에 1000만원을 모을 계획이다. "외벌이 가정에서 저축하면서 살기 쉽지 않거든요. 이제 저도 버니까 월급은 얼마 안되지만 반을 뚝 떼서 적금 넣었어요. 오늘은 퇴근길에 백설기 간식을 사가려고 합니다. 둘째가 꼭 먹고싶다고 했어요. 아이가 좋아할겁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