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 채용, 새로운 대한민국]<하>[인터뷰]권혁태 서울고용노동청장

스웨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은 초등학교로 제대로 나오지 못한 이른바 '스펙없는 사람'이다. 직업은 살인사건 조사원. 내세울만한 스펙이 없어도 그는 각종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명쾌하게 풀며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된다. 그러자 형사들을 비롯해 주변에선 "학교도 제대로 안나온 사람인데 왜 존경을 받을까"란 의구심과 증오심마저 갖게 된다. 여자 주인공은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이렇게 외친다.
"기록(스펙)과 사람은 다르다."
지난 11일 서울 을지로 서울고용센터에서 만난 권혁태 서울고용노동청장이 들려준 얘기다. 학벌이나 간판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관행을 지적하면서다. 권 청장은 지난 4월초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에서 서울고용노동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현장에서 청년고용 문제를 직접 다루면서 '스펙타파'에 힘을 쏟았다. 그는 "청년 구직자들이 실력과 열정만 있으면 취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강소기업 알림 서비스 등 청년들에게 필요한 중견·중소기업 정보들을 홍보하는 등 지원책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권 청장은 오는 16일 머니투데이와 고용부 등이 함께 서울 삼성동 코엑스(D홀)에서 개최하는 '2013 청년희망 채용박람회'도 청년들과 호흡하면서 고용 서비스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청년고용 정책을 직접 다루고 있는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우리나라 청년 고용률은 여전히 40%대로 낮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우선 대학 진학률이 73%로 거의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란게 문제입니다. 학력 인플레가 심하기 때문에 일보다 수년 동안 공부하는 청년층이 많죠. 또 군대도 다녀와야하고, 쉬는 기간이 깁니다. 게다가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은행 이런쪽에선 새롭게 뽑는 청년층 일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거죠. 결국 취업준비나 고시준비 등으로 수년 간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져 고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정부에서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통해 스펙타파, 열린고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스펙을 중시한다는 지적이 많아요.
▶ 학벌 등을 따지는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가 하루아침에 없어지진 않겠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최근 기업들이 스펙보다 능력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스펙은 분명 사람과 다릅니다. 스펙보다 그 사람이 가진 열정 특히 인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채용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죠. 또 특성화고 입학자들이 늘고 있고, 이들의 취업률도 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피부로 와닿을 만큼은 아니지만 노동시장에 고졸채용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기업들이 스펙보다 인성을 중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구직자들이 대기업말고 작지만 강한기업에도 몰릴 수 있게 할 방법이 있을까요?
▶ 청년층들은 아직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근로조건이 좋은데를 찾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모든 사람이 갈 수 없죠. 어쩔 수 없이 많은 청년들은 중견·중소기업에 가야하죠. 문제는 우리나라엔 정말 근무 환경이 좋은 중견·중소기업들이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부에서도 산업단지 육성책을 비롯해 중견·중소기업 발굴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데, 홍보를 통해 청년 구직자들이 관심을 갖고 많이 가게 해야 합니다. 이런 스타 강소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대기업 중심의 우리나라 노동시장도 변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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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펙타파' 문화가 우리사회에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 우리 사회에 고졸채용이란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고졸출신들의 성공사례가 계속 나오는게 중요합니다. 그 사람들이 잘 성장해서 이런 문화를 끌어나갈 수 있게 해야죠. 앞으로 10~20년이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들의 인식입니다. 내 자식만큼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들의 적성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게 하고, 앉아서 하는 공부보다 뭘 만지고 고치는 기술쪽에 소질이 있다면 '선취업 후진학' 같은 제도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년들을 대상으로 채용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어떻게 준비 하셨나요?
▶ 이번 행서에선 롯데그룹, 신세계와 같은 대기업들이 채용을 많이 합니다. 기존 박람회들이 보여주기식이였다면 이번엔 실제 현장에서 구직자와 기업이 만나 채용이 이뤄지는 실질적인 박람회로 준비했습니다. 특히 경기 상황도 어려운데 주요기업에서 대규모 채용 의사를 밝혀주니 고맙죠. 준비하면서도 느낀거지만, 기업들이 점점 열린고용과 스펙초월 채용 쪽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어요.결국 채용을 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기업들입니다. 기업들이 강한 의지를 갖고 참여하니까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것 같습니다.
- 청년취업 정책들을 현장에서 직접 펼치고 있는데, 청년들에게 할 말씀 부탁드립니다.
▶ 기본적인 얘기지만 청년들이 스펙 한 줄 채우려고 너무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외적으로 내세우는 것에 신경쓰기보다 스스로 열정과 의지를 갖고 가면 결국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룰수 있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면 됩니다. 세상엔 정말 많은 길이 있습니다. 정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잘 할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