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보 통해 민간 분양에도 개입, 후분양 유도 후 임대전환에 인센티브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는 기대감만 있으면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말이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한 비교적 높은 강도의 방안을 24일 내놓았다.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공급을 최대한 억제하는 인위적 수급 조절이 핵심이다.
정부 보증으로 건설비의 절반을 충당하고 분양을 임대로 돌려 미분양으로 고통받는 민간 건설사들의 숨통을 트여줄 방안도 포함됐다. 잘만 되면 분양공급을 줄이는 동시에 전세 물량은 확대하는 2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수도권에서 2만2000가구를 축소하기로 했다. 4·1대책까지만 해도 연내 그린벨트 내 보금자리 8000가구가 축소 대상의 전부였다. 이번에는 그 대상을 택지지구 등 수도권 전체 공공청약물량으로 넓혔다. 이런 식으로 2016년까지 축소하는 가구는 5만1000개에 이른다.
축소 대상은 또 있다. 보금자리 지정지구인 광명시흥의 사업규모를 줄이고 고양풍동2는 지구에서 해제하는 등 2만9000가구를 더 줄인다. 공공분양은 사업승인 시기를 늦추는 방법을 동원하는가 하면 민간에는 택지 공급시기를 연기해가면서까지 앞으로 4년간 9만가구를 축소할 계획이다. 모두 더하면 11만9000가구다. 4년간 사업승인 예정 물량의 34.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마땅히 민간 분양 인허가 축소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연간 인허가 물량을 작년 실적의 63% 수준인 37만가구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 달만에 등장한 해법이 민간 택지 공급시기 조정이다.
분양보증 심사 강화는 보다 노골적인 개입 수단이다. 공급과잉으로 업체 부도 후 대한주택보증과 수분양자 피해 위험이 커져 이를 막으려 한다는 게 명분이지만 가급적 분양사업을 벌이지 말라는 얘기다.
준공 후 분양 유도 역시 수급조절 측면에서 맥을 같이 한다. 건축비를 조달할 길이 없는 건설사들을 위해 정부는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통해 건축비의 50~60%를 금융권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도록 해줬다.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임대카드를 내밀었다. 분양 물량을 임대로 전환하면 분양가격의 10%를 대출받을 길을 또 터준다. 이렇게만 해도 건축비의 최소 60%는 확보한 셈이다. 분양가의 60%를 전세금으로 받는다고 하면 건설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전세 공급이 턱없이 모자란 지금 건설사들에게 솔깃한 제안이다. 임대 계약 이후로 분양 시기를 늦춰 수급을 조절하고 전세난도 부분 해결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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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정 주택정책관은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할인해 털어내다보니 자금난에 시달리고 수요자들이 정상 분양을 회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후분양은 이 악순환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에 깊이 개입해 분양 물량 축소에 나선 건 6월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 이후 거래절벽이 심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 6월 마지막주 3만8367건이던 주택 거래량이 7월 첫주 6624건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7월 둘째주에도 7407건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득세 영구인하를 결정했지만 시행 시점까지 소급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로 거래절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4·1대책 효과를 이어가야 하는데 취득세가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이번 발표가 공급축소를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지만 수도권에 한정한다는 건 한계다. 지방 미분양은 도외시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지자체들과 지방 건설사들이 후분양과 임대시 정부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로 전환됐던 후분양 아파트들을 분양받겠다고 나설 구매자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집값이 오르면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싼 값에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이 줄을 서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두고두고 임대로 남을 게 뻔하다. 건설사도 이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보다 수도권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이고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임대 후 분양이 잘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건설사가 밀어내기식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