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김대환 노사정위원장 "한계 느끼면 미련없이 그만 둘것"

-노사정, 조속합의 보단 지속가능한 합의가 중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고용확대에 에너지 집중해야
-노동자는 약자지만 대기업 노조는 약자 아냐
'자본주의 이행논쟁'(동녁, 1981)은 군부독재 시절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였다. 자본주의를 탄생의 동력을 두고 모리스 돕과 폴 스위지가 벌인 역사적 논쟁을 통해 젊은이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모순'을 연구하고 변혁의 주체를 고민했다. 80년대 대표적인 '금서' 였던 이 책을 편역해 국내에 자본주의 이행논쟁의 불을 붙인 사람이 김대환(64) 노사정위원장이다.
진보적 노동경제학자이자 대표적인 현실참여 지식인으로 꼽히던 그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회 발전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의 수장(장관급)으로 돌아왔다. 2004년 참여정부에서 노동부 장관까지 지낸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노사문제 '해결사'자리를 마다 하지 않은 것은 '변절'일까 '희생'일까.
가족들부터가 극구 말렸다는 자리를 받아들인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노사관이나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지는 적어도 이명박 정부 5년의 경제사회 정책 기조와는 달라 보인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노사관계가 정치적 풍향에 흔들려서는 축적되는 게 없다"면서도 "한계에 부딪치면 미련없이 그만 둘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통상임금, 정규직 시간제, 정년연장과 같은 난제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고용률 70% 달성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김위원장으로서는, 재계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것과 동시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게 관건이다.
지난달 29일 중소기업 여성 시민단체 등을 추가하는 확대 개편안을 발표하며 본격적 활동을 시작한 김위원장은 21일에는 '공정노동시장 연구위원회'를 발족시켰고, 내달초에는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노사정 합의를 위한 기반다지기에 들어갔다. 김위원장은 "'신속한 합의'보다는 '지속가능한 합의'가 중요하다"며 최대한 노동계의 동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참여정부 노동부 장관시절, 노동운동에 쓴소리를 날리고, 거대 노조들의 파업에 대해서도 '원칙 대응'을 고수했던 그는 여전히 "노동자는 사회적 약자이지만, (대기업) 노조는 약자가 아니다"고 단언한다. 적어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결하고, 고용확대에 국가적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그의 '지향점'은 10년전과 달라진 것 같진 않았다.
독자들의 PICK!
-'자본주의 이행논쟁'이 나온지가 벌써 한세대가 지났다. 당시 꿈꿨던 사회와 지금은 어떤가
▶인세가 아니고 원고료를 조금 받았는데, 의외로 책이 많이 팔려서 출판사가 도움이 됐을 것이다. 당시 사장이 잘 아는 후배인 이태복인데 DJ정부때 복지노동수석과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다. 아마 노동신문인가 만들고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을 거다(웃음). 넓은 범주에서 본다면 난 적어도 80년대까지는 운동권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때와 비교하면, 긴 눈으로 볼때 우리사회에는 상당한 변화가 진행됐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대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듯이 시민운동 역시 간부중심의 지배구조 문제가 있었고, 그런 문제가 아직 우리 사회나 노사문제에도 남아 있다고 본다.
- 민주화가 됐고 발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노사문제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체제에서 소멸되진 않는다. 하지만 민주화에 따라 노동기본권이 기본적으로 존중돼야한다는 사회적인 인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 마련이 상당히 이뤄졌다. 우리 사회에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한 문제다. '대기업-공공부문-정규직-유(有)노조' 부문과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 부문의 실상은 천지차이다. 저임금 장시간근로를 개선하려고 해도, 현격한 차이가 있는 이중구조 하에서는 어떤 정책도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밖에 갈 위험이 크다.
- 10년전 노동부장관때도 똑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나.
▶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외환위기(IMF) 이후 고착화됐다. 존 롤즈의 '차이의 원리'가 정의다. 차이가 있는 곳에는 차별적 정책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유노조 부문에선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뤄져야하고, 중소기업 비정규직 무노조 쪽은 정책적 지원과 보호가 필요하다. 물론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책적 노력과 노사정 협의가 같이 가야한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해 더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지론인데, 노동계가 김위원장에게 서운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장관 재직시 노조와 갈등이 컸는데.
▶ 근로자는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겠지만 우리사회에서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노조를 사회적 약자라고 볼 수는 없다. 참여정부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보적 정권이 집권했기 때문에 노동계의 기대수준이 굉장히 높았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그 수준을 한꺼번에 채울 수 없었다. 비정규직 문제만 하더라도 '보호'가 중요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든) 비정규직 금지 대신 '2년 이상 고용시 정규직전환'을 택한 것인데, 노동계나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미흡하게 볼 수도 있다.
노사정위 자체가 노동의 시스템이다. 노사정위원회는 노동계가 딛고 서서 갈 수 있는 플랫폼이고, 플랫폼을 떠나서 쾌속열차를 기대할 수 없는만큼 복귀하는 것이 노동계 발전을 위한 첩경이다.

- 비정규직보호법은 새정부의 고용률 70%와 맥락상 같지 않나. 양질의 시간제도 기존의 노동형태를 바꾸는 게 전제돼야 하는것 아닌가
▶ 고용률 70%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투자 늘리면 고용은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시대는 지났다. 노동시장의 내부 구조 개편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장시간 근로를 줄여야한다는 건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었더라도 10시간 할 때의 임금을 받기 원한다. 기업입장에서는 일하는 시간이 줄었으면 임금도 줄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10시간 소득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2시간 분을 줄이는 건 문제가 있으니까 9시간 정도 소득을 주되, 근로자는 생산성향상을 통해 1시간분의 부담을 상쇄시켜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근로자에겐 물가안정, 주거, 복지 등으로, 기업에겐 세제 등을 통해 직간접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고용률 70%에 근접할 수 있다. 기계적으로 해마다 몇%씩 올려서 70% 맟추는건 의미가 없다.
- 세제지원이나 복지문제를 위원회에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나
▶ 능력은 두고봐야 한다. 노사정위 개편을 통해 기존의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외에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이유도 그때문이다. 고용부가 이달말까지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운영해서 그 결과를 노사정위 임금제도 개선위원회로 가져와 이해당사자들끼리 협의와 협상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DJ·YS때도 노사정 대타협은 있었다. 문제는 실효성 아닌가.
▶노사정위는 '협의 및 자문기구'이다. 2004년과 2009년 일자리협약은 선언적 수준이었다. 구체화 과정에서 실적이 썩 좋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큰 틀에서는 임금인상과 감원을 자제하면서 방향은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 30일 이뤄진 노사정 일자리 협약 합의문은 아직까진 추상적인 방향제시 수준이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조율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그 단계를 노사정위에서 하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느냐가 문젠데.
▶일단 합의가 이뤄진다면 대통령이 내각이나 관련부처에서 할 일을 지시를 해야 할 것이다. MB정부때는 어떻게 보면 노사정위가 죽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정부부처들이 노사정위를 존중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그걸 되돌리려는 노력을 힘겹게 하고 있다. 반드시 바꿔내야 한다. 거기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의지를 읽었다. 박대통령은 노사정위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정권교체'를 한 건 아닌데, 이명박 정부때와 달라질 거라고 보기 때문에 정부에 참여한 건가. 혹자는 '제2의 김종인' 되는 것 아니냐고 하기도 하는데.
▶노동문제에서 법과 원칙을 확립하고, 고용 쪽으로 정책역량 집중하는 기조를 유지하면 틀림없이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변화가 온다. 그 기조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별로 일관되게 유지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새정부는 과거의 '시장주의'에 치우친 모습에서는 벗어나 있다. 아직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다고는 보여지지지 않는다. 새로운 방향과 패러다임을 지향하는게 노사정위다. 만약 기존의 정치적인 역학관계에 의해 한계를 느끼면 미련 없이 물러날 생각이다. 난 정치적 입지가 필요없는 사람이다. 한계에 부딪힐 때까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의가 가까운 시일내에 합의가능한 방안을 내놓을까.
▶모든 합의가 100%에 이르진 않더라도, 중요한 몇 부문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것이 다른 합의로 확대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위원회 입장에서는 가급적 조속히 타결됐으면 좋겠지만, 충분히 협의가 이뤄지고 '지속가능한 합의'가 이뤄지는게 중요하다.
- 박근혜정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다. 고용노동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아직까지는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거 같지만, 한 가지는 이야기하고 싶다. 청와대 내에서 고용노동정책과 다른 정책을 결부해 조율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사령탑'은 개발연대 시대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경제와 정치, 사회를 융합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코디네이터(조정자)가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