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장실 없는 아파트' 해결하려면

[기자수첩]'화장실 없는 아파트' 해결하려면

김평화 기자
2013.10.31 15:20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 위원회 출범, 대화부터 시작해야

핀란드 유라조키 지방에는 2004년부터 거대한 터널이 건설되고 있다. 터널의 이름은 '온칼로'. 핀란드어로 은둔자란 뜻이다. 폭 5m, 높이 6.5m의 터널은 지그재그 형태로 5km 이어진다. 깊이는 지하 500미터에 달한다. 이 길 끝에는 핵폐기물 영구 보관 시설이 자리 잡게 된다. 원전에서 생긴 사용 후 핵연료는 이 곳에서 10만 년간 잠들게 된다.

한국은 어떤가. 국내 원전 비중은 25%에 달하지만 '뒤처리'는 '뒷전'에 놓여 있었다.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30일에야 공식 출범됐다. 하지만 시작부터 '불통(不通)'이다.

공론화위는 인문사회·기술공학 분야 전문가 7명, 원전지역 대표 5명, 시민사회단체 대표 3명 등 1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이 중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한 위원 두 명은 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의 입김 아래 있는 위원들로 공론화위가 구성됐다"며 참가를 거부했다.

공론화는커녕 대화도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대화 없는 공론화위원회는 '제2의 부안', '제2의 밀양'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2003년 부안군은 독단적으로 방폐장 유치를 신청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4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결국 건설 계획은 철회됐다. 충분한 대화 없이 시작된 밀양 송전선로 건설은 오히려 더 긴 시간을 끌고 있다. 벌써 8년째다. 사용 후 핵연료는 그만큼의 시간도 없다.

핀란드와 함께 방폐물 관리사업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은 정부와 사업자가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들어서게 될 지역의 주민들을 1만번 이상 만났다.

원자력 발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되곤 한다. 사용 후 핵연료를 뒤처리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원자력 발전의 연료로 쓰인 고준위 핵폐기물은 생명체에겐 치명적이다. 한국에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개별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23기 원전에서는 매년 700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한다. 2016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월성(2018년) 한빛(2019년) 한울(2021년) 등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소는 포화된다. 2024년이면 원전 임시저장시설도 대부분 꽉 차게 된다. '임시화장실'마저 사라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공론화위의 출범 의도는 '대화의 장'을 열겠다는 것이다. 공론화를 바란다면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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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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