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앞만 보고 달리는 철도파업...'탈선' 위기

모두가 앞만 보고 달리는 철도파업...'탈선' 위기

세종=김지산 기자
2013.12.16 18:46

대화 의지없이 강경론만 득세... 대화시스템 구축 절실

"정부나 철도노조나 모두 앞만 보고 달려간다. 서로를 믿지 않고 상대가 방향을 꺾기만을 바라며 돌진하는 게 말 그대로 '치킨게임'이다. 피해와 상처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철도 관련업계의 한 종사자 말이다.

정부와 코레일, 철도노조의 국민을 볼모로 한 위험한 질주가 1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대화와 협상 노력은 없다. 상대방을 향해 수서발KTX 설립을 취소할 것이냐, 받아들일 것이냐 선택만 강요한다.

정부와 공공기관간 대화시스템 부재가 철도파업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드러난 형국이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철도경쟁 체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레일 노조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2년간 고민의 결과가 코레일 자회사 설립을 통한 경쟁도입이다. 공공기관이 보유하게 될 59% 지분을 민간에 넘기지 않겠다고 해도 노조는 민영화라고 주장한다.

파업 최장기간 기록을 눈앞에 두기까지 정부 책임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노조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 논의 필요성이 나올 때마다 2015년 수서발KTX 개통 일정을 맞추려면 시간이 빠듯하다는 말뿐이었다. 정부 독주는 2년 전부터 이미 시작된 셈이다.

심지어 정부 주변에선 철도파업이 '독점 폐해'를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일종의 '홍보수단'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민을 '볼모'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노조와 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노조도 대화를 거부한 채 여론전에만 치중했다. 정부가 독일식 지주회사 도입을 확정하고 몇 차례 공청회와 설명회를 열었지만 노조는 물리력을 앞세워 행사를 방해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대 이유는 하나 같이 '민영화'다. 여론이 민영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대한다.

익명을 요구한 노조 관계자는 "정부 공청회가 요식행위라고 하더라도 해고자들이 주도해 행사를 무산시킨 것은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파국을 향해 치닫는 치킨게임 와중에도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대화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3일 노사협상은 상대의 '고집스런 의지'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저 '최소한 우리 쪽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한다'는 면피성 행사였다.

15일,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발생한 승객 사망사고 다음날에도 양쪽 모두 자중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정부 관료들은 수서발KTX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바쁘고 노조는 대통령 당선일(19일) 대규모 상경투쟁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정부는 대화채널 부재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다. 정부 관계자는 "상대의 속 깊은 얘기를 들을 방법이 없다. 신문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대화로 서로의 사정을 알아야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데 이런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노사정 시스템을 구축해 대화해야 한다는 각계의 지적이지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6일 경찰이 철도노조원 5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넘긴 데서 보듯, 상황은 오히려 '철도'를 넘어서 '이념'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철도노조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만, 노사문제까지도 '종북' 잣대로 유도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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