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본 관광지 한국인들로 북적...설연휴 일본 여행상품 예약률 '95~100%'

24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도쿄 중심가인 긴자에서도 가장 유명한 백화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평일 오후였지만 "불황도 비켜간다"는 명성에 맞게 사람들로 붐볐다. 이 백화점에선 벌써 밸런타인데이 이벤트 등 각종 행사가 열렸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백화점을 가득 메웠다.
백화점 곳곳에선 한국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사고로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줄었다는 얘기를 접한 탓에 다소 의아했다. '나처럼 출장 목적으로나 일본을 오지 누가 여길 오겠어?'란 생각을 했기 때문.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관광객들이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난데다 엔저(엔화대비 원화가치 상승)로 예전보다 경제적 부담이 덜해 한국인 쇼핑객들이 늘었다는 것.
일본에서 통역일을 하고 있는 강선기(가명, 37)씨는 "한국 관광객들이 최근 들어 많이 늘었는데, 작년까지만해도 방사능 걱정 때문에 별로 없었는데, 엔저 바람을 타고 일본에 많이 오고 있다"며 "설연휴때 많은 분들이 온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방사능 피폭 공포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일본에 한국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엔저효과가 방사능 공포를 누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설연휴(1월30일~2월2일)를 맞아 일본으로 가는 여행상품은 95~100% 예약률을 기록했다. 여행사마다 보통 비행기 한대 기준으로 20~30석 정도를 예약 인원으로 잡고 있는데, 자리가 없어서 상품 판매가 조기 매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일본 상품 15개 정도는 일주일전에 100% 예약률을 보였고, 내놓는 상품마다 거의 매진되고 있다"며 "과거엔 방사능 문제 때문에 관광객이 많이 줄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데다 엔저효과로 부담이 덜해진 덕분에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엔저. 2012년 100엔당 1300~1400원이었는데 아베노믹스가 본격화 된 지난해 엔저효과가 나타나 최근엔 100엔당 1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과거보다 일본 여행 경비가 30~40% 줄었다는 얘기다. 하네다공항 면세점에서도 한국 관광객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별에서온 그대'의 주인공인 탤런트 전지현이 극중에서 사용한 고급 립스틱(전지현 립스틱)이 면세점 모든 화장품 코너에서 품절됐다. Y브랜드 화장품가게의 일본인 점원은 "최근에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는데, 전지현 립스틱만 찾는것 같다"며 "지금은 완전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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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 방사능에 대한 우려를 최대한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다. 기자가 출장차 19~25일까지 일주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만난 현지 기업인들과 관료 등 모든 사람들에게 '방사능 공포'에 대해 물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부는 되레 기자에게 "그런것을 신경쓰고 어떻게 사냐"며 괴담에 속지 말라고 했다.
나고야에서 자동차 정밀 부품을 생산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A업체 유키코 마사히(54세, 가명) 사장은 "일본 사람들이 원전사태 이후 방사능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지만, 심각할 정도로 두려워하진 않는다"며 "여기서 사는덴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현지에서 한국어 통역일을 하는 하마다씨 역시 "일본을 다녀오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하는 괴담이 한국에 퍼졌다는데, 한국에선 방사능에 대한 괴담이 너무 퍼져 있는 것 같다"며 "후쿠시마는 현재 격리돼 있는 곳이고 도쿄에서 200km 넘게 떨어져 있다. 서울은 북한과 고작 50여km 떨어져 있는데 전쟁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 기업 주재원들도 한국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일본 국민들은 방사능 공포에서 좀 더 자유롭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도쿄가 선정된 것을 중요한 이유로 분석했다.
A상사 일본 지사의 한 직원은 "일본 사람들은 방사능을 무섭다고만 생각하면 여기서 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원전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원전지대에 수시로 가서 방사능을 측정하고 발표하는데, 별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그 말을 대단히 신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6년 후에 올림픽을 개최해야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도 안전하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줄 필요가 있어서 더욱 안전하다고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런 인식들이 쌓이면서 방사능 공포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평가다. 강명수 산업통상자원부 일본 상무관은 "2년전 일본에 처음 왔을때보다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엔저효과로 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부담이 줄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방사능 공포는 일본이 넘어서야할 장벽이다. 많은 한국사람들은 아직도 일본 방문에 대해 부정적인게 사실이다. 최근엔 일본의 저명한 원자력 전문가가 국내 매체를 통해 "일본에 가지말라"고 주장해 화제다. 고이데 히로아키 교토대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많은 지역이 방사능에 피폭됐고, 도쿄의 일부 지역도 포함돼 있다"며 "여행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