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 중기-러시아 정부, 이르쿠츠크 합작 목재가공기업 설립 현장을 가다

러시아 동시베리아의 정치, 행정, 경제의 중심인 이르쿠츠크주의 이르쿠츠크. 광할한 동토(凍土)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이곳을 지난달 1일 찾았다. 이르쿠츠크주는 해발 2875m의 동사얀 산맥과 프리바이칼 산맥으로 둘러싸인 중앙시베리아 고원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77만 4800㎢로 한국의 약 7.7배다.
시골 초등학교 분교만한 단층짜리 청사가 전부인 공항에 내리자 매서운 칼바람이 단숨에 귀 끝을 얼려왔다. 공항 앞 커다란 온도계에 표시된 기온은 영하 30도. 시베리아에 와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르쿠츠크는 세계 최대 담수호인 바이칼 호수, 한민족의 시원이라 불리는 알혼섬 등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명소들을 품고 있어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린다. 하지만 역사는 날씨만큼이나 잔혹하다. 군주제와 농노제의 폐지를 주장한 12월 혁명당원 데카브리스트들과 죄수들의 유배지가 그 시초 때문이다. 얼어붙은 땅에 '시베리아의 파리'를 일군 건 유배자들의 아내와 자식들이였다.
이르쿠츠크에서 앙가라강을 따라 북쪽으로 930㎞를 달렸다. 꼭 신의주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다. 조그만 버스에 몸을 우겨넣고 14시간을 버틴 후에야 우드일림스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기와 철도가 이어져있고 사람이 상주하는 북쪽 마지막 도시다.

우드일림스크시에 들어서자 거대한 침엽수림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금 등 지하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시베리아 지역에서 현재 가장 활성화돼 있는 산업은 목재가공산업이다. 아직까지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자원에 대한 러시아 연방 정부의 통제가 강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는 목재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더스트코리아는 우드일림스크시에 자원협력 1단계로 우드펠릿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우드일림스크시에는 매년 700만㎥의 원목을 벌목·가공·수출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폐목재는 시 정부의 가장 큰 골치거리.
소더스트코리아는 이 폐목재를 활용해 우드펠릿을 매월 10만톤의 우드펠릿을 생산할 계획이다. 시 정부는 기존에 방치된 2000만톤의 폐목재와 함께 매달 10만톤의 폐목재를 지속적으로 소더스트코리아에 독점 공급하기로 협약을 맺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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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소더스트코리아 대표는 "올 상반기까지 설비를 모두 구축하고 하반기 시범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월 20만톤 규모로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드펠릿은 목재를 분쇄한 톱밥을 압축한 일종의 연료탄으로 현재 가용가능한 주요한 신재생에너지자원 중 하나다. 석탄 등과 섞어서 사용할 수 있으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제도에서 높은 가중치를 부여받을 수 있어 몇 년 전부터 수요가 공급을 지속적으로 초과하는 상태다.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던 물류는 한국의 중견물류기업인동방(2,770원 ▲90 +3.36%)에서 맡을 계획이다. 동방은 이미 러시아 제1물류기업 등과 사업타당성 검토를 끝낸 상황이다.
세르게이 콘스탄틴 우드일림스크 부시장은 "우드펠릿 사업은 러시아와 한국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자원협력의 성공적 첫 발자국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소더스트코리아는 우드펠릿 가공 공장을 짓는 동시에 목재가공업체 카타(KATA)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카타사가 보유한 벌목허가 규모는 연간 71만5000㎥에 달한다. 한 해 매출만 10억루블(약 297억원)에 달한다.
루도민스키 뱌체슬라브 카타 회장은 "카타사는 우드일림스크시 인근 최대 규모의 목재가공·수출 기업 중 하나"라며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더스트코리아의 사업은 이례적으로 이르쿠츠크주정부에서도 예산을 투자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우드펠릿 사업을 맡을 현지법인에 이르쿠츠크개발공사에서 지분 투자하는 형식이다. 러시아 정부가 한국 중소기업의 사업에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튜쉔코 올렉 이르쿠츠크개발공사 사장은 "이번 사업은 극동·동시베리아 개발 정책과 연관돼 러시아 연방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과 다른 산업·자원으로 협력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