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노사정 지혜 모아야 고용·노동문제 해결"

13일 오전 충남 천안시 병천면 한국기술교육대학교(한기대). 이기권 한기대 총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이 학교를 찾았다. 정부세종청사에서 빗길을 뚫고 50km를 달려 학교에 도착했는데, 기말고사 기간이라 학생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조용한 캠퍼스에서 기자를 맞이해준건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였다.
대학 본부 총장실에 들어서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반갑게 기자의 손을 잡았다. 축하인사를 건네자 "아직 후보자 신분"이라며 겸연쩍어했다. 그는 기자에게 "점심이나 같이 하자"며 교수 식당으로 안내했다. 30여분 정도 식사를 하는 동안 이 후보자에게 20여통의 전화가 왔다. 쇄도하는 축하전화 때문에 이 후보자는 밥을 뜨는 둥 마는둥했다. 장관 후보자 발표 한시간만에 축하문자만 354개나 왔다. 전화가 안오는 틈을 타 고용·노동 정책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 후보자는 "아직 청문회 전이라..."며 말을 아꼈다. 장관 내정은 언제 연락받았냐는 질문에도 "엊그제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떡볶이와 순대를 나눠주고 있었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11년 8월 한기대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 매 학기 중간·기말고사 기간 학생들에게 야식을 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틀전에도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에게 순대와 떡볶이 등 간식을 손수 나눠줬다. 이날 이 후보자의 배식은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음에도 금세 입소문이 퍼지면서 교내에 있던 500여명의 학생들이 몰렸다. 학생들은 이 총장의 이런 모습을 친근한 아버지 모습에 비유한다.
이 장관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총장실로 이동하는 동안 기자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도서관을 가리키며 "저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게 내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총장실에서도 이 후보자는 말을 계속 아꼈다. 그는 고용률 70% 달성과 노정관계 회복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어느 한 사람 아이디어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다"며 "노사정 모두 지혜를 모아 미래를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탓인지 축하인사를 전하는 휴대폰 벨소리는 더 자주 울렸다. 일부 기관에서 보낸 축하난이 총장실로 배달됐지만 이 후보자는 "(보낸 곳으로) 다시 돌려줘라"고 비서실에 지시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기자의 고용·노동정책 등 10여가지 질문엔 답을 피하면서도 노사정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를 늘리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고,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리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일자리의 질을 높여줘야 한다"며 "지금 논의되는 현안이나 쟁점들은 5~10년을 내다보면서 해결하고, 새로운 고용·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아. 이어 "노사정이 정말 머리를 맞대고 일해야한다"며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이고,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면 마음이 통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청년고용 문제에 있어선 부모들의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했다. 부모들이 가급적 자녀와 저녁을 같이 하며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청소년들이 올바른 직업의식을 갖게되고, 청년고용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후보자는 이를 직접 실천한다. 고용부 관료시절때부터 바쁜 시간을 쪼개 아직도 막내 아들(중3)의 공부를 손수 봐주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아들 녀석의 공부를 도와주는데, 아들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며 "부모들이 자녀가 어렸을때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하면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올바른 직업의식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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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대 관계자들은 이 장관 후보자의 입각을 크게 반기면서도 아쉬워했다. 이 후보자가 2년동안 학교를 여러 부문에서 발전시킨 덕분이다. 진경복 한기대 기획처장은 "한기대의 최근 4년 평균 취업률이 81.4%로 전국 4년제 대학 취업률 1위를 기록했는데, 이기권 총장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가능했다"며 "이 총장이 청년고용 관련 현장의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용부 장관이 되면 그 부문에 있어 좋은 정책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을 곁들인 인터뷰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됐다. 이 후보자는 시종일관 인터뷰를 꺼려했다. 그러면서도 "차분하게 청문회 준비를 할테니, 끝나면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그는 "아직 후보자 신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 할 게 없다"면서도 "일자리를 통해 국민행복을 추구하자는게 박근혜 정부의 목표이니, 이걸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만난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총장님이 장관님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사비를 털어 학교 정문에 축하 플래카드를 걸려고 한다"며 "공부하기도 바쁜 애들인데 이걸 하지 말라고 할수도 없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