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년 대계' 동해-1 가스전의 기억

[기자수첩]'10년 대계' 동해-1 가스전의 기억

세종=유영호 기자
2014.10.28 07:00
경제부 유영호 기자
경제부 유영호 기자

"우리는 죄인입니까?"

카자흐스탄 자원개발 현장에서 만난 한국석유공사 관계자가 취재를 위해 현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한 낮 기온이 섭씨 50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강렬한 햇빛에 얼굴이 까맣게 타다 못해 검붉게 익어있던 그는 그렇게 묻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석유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최전선에 있는 공기업이다. 현정부 들어 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 부실 투자론이 불거지면서 석유공사는 마치 부도덕의 상징처럼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도 마찬가지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에너지공기업들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가스공사 직원은 "애들 얼굴도 3~4개월에 한 번 간신히 보고 세계 오지를 돌아다녔는데 차가운 시선만 돌아오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명박정부에서 에너지공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규모는 43조 원에 달한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 액수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손실액만도 벌써 5000억 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간 원유 수입액이 1000억달러를 넘는다. 연간 무역수지 흑자의 2배가 넘는 액수다. 세계 5위권의 산업강국이라는 자부심도 해외에서 확보한 에너지·자원이 없다면 금새 무너질 모래성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자원개발율은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자원개발은 돈이나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권과 상관없이 긴 호흡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에 올려놓은 '동해-1 가스전'은 10년간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이뤄낸 쾌거다. 끝내 개발에 성공하면서 지금까지만 투자금의 10배가 넘는 10억달러를 회수했다.

영국, 캐나다 등 현재의 자원강국 중에 한국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은 나라는 없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방식은 극명히 다르다.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꼬리끊기'에 나선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오히려 제도, 인프라를 정비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해외자원개발의 부실 투자는 재발하지 않도록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이를 앞세워 전체를 매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소뿔을 바로잡자고 소를 죽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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