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버려지는 생활하수, 하루 10만톤 공업용수로 '콸콸'

[르포]버려지는 생활하수, 하루 10만톤 공업용수로 '콸콸'

포항(경북)=이동우 기자
2015.03.24 14:03

물부족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로 극복

지난 20일 포항시 영일만을 따라 늘어선 포스코 국가산업단지.. / 사진=이동우 기자
지난 20일 포항시 영일만을 따라 늘어선 포스코 국가산업단지.. / 사진=이동우 기자

기자가 경북 포항시를 찾은 지난 20일 영일만을 따라 길게 늘어선 공장 굴뚝에서는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포항의 상징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 가운데 하나인 포스코 국가산업단지다. 1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들로 인해 포항은 늘 물 부족에 허덕인다. 철강 공장에서는 냉각수로 쓰기 위한 양질의 공업용수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포항시 남구 상도동 하수처리장에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이 들어섰다. 지상 2층, 지하 2층의 아담한 규모로 지어졌지만, 포항시 전체에서 버려지는 생활하수를 하루 10만톤의 공업용수로 바꿔 공급한다. '윙'하는 소리가 가득한 지하 2층의 설비들은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돌며 정수기의 필터 역할을 한다.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더러운 생활하수가 1급수보다 깨끗한 물로

포항시민 52만명이 사용하고 버리는 생활하수는 하루 23만2000톤에 이른다. 기존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의 배출허용치인 20ppm대로 낮춰 인근 형산강에 방류했다. 하지만 하수재이용시설이 들어선 이후 이중 13만1600톤의 생활하수를 끌어들여 하루 10만톤의 공업용수로 탈바꿈시킨다. 10만톤은 포항시민의 약 절반인 20만명이 하루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정화시설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전처리분리막’(U/F)과 각종 세균을 제거하는 ‘역삼투설비’(R/O)로 구성돼 있다. 전처리분리막에선 큰 입자의 부유물들이 대부분 제거된다. 6160개의 둥글고 긴 필터로 이뤄진 역삼투설비는 물속의 이온까지 깨끗이 정화한다. 두 시설을 거치는 동안 부유물과 악취가 가득했던 생활하수는 BOD는 0.1ppm의 1급수보다도 깨끗하고 투명한 생산수로 남는다.

운영사인 포웰 관계자는 “영덕 달산댐의 하루 공급량이 8만7000톤으로, 하수재이용시설이 작은 댐 하나와 맞먹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수를 재이용해서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시설은 세계에서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인천에도 하루 8000톤의 공업용수를 생산하는 시설이 있지만 포항 하수재이용시설과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포항 하수재이용시설의 공업용수 연간 재이용 목표량은 3600만5000㎥으로 포항시 및 포스코 국가산업단지 장래용수 수요량의 45%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역삼투설비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역삼투설비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저렴한 가격에 공업용수 공급, 환경까지 좋아져

새롭게 공업용수로 태어난 생산수는 11.5㎞에 이르는 관로를 통해 84%는 포스코, 14%는 공단정수장, 나머지 2%는 포스코강판과 동국산업에 공급되고 있다. 현재 거래되는 공업용수보다 비용은 약 20% 저렴하다. 시설 건설 전에는 공단정수장에서 톤당 750원에 공급받았지만 지금은 550원에 물을 제공받는다. 그간 포스코를 비롯한 인근 산업단지는 공업용수가 부족해 멀리 떨어진 안동 임하댐 물까지 끌어 사용했다.

이번 하수재이용시설의 준공으로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인 용수 확보가 가능해졌다. 포항시 하수재이용시설은 민간투자방식(BOT)으로 지어져, 포웰과 롯데건설이 2034년 7월까지 운영하고 이후 포항시로 소유권을 넘긴다. 건설비는 1400억원(국비 756억원·지방비 84억원·민간 560억원)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공업용수 생산을 위해 댐을 건설했을 때보다 5000억원 이상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이창상 롯데건설 수탁운영현장소장은 “하루 10만톤의 공업용수 생산을 위해 댐을 건설하려면 4000억원이 소요되고, 이 물을 공장으로 공급하는 관로 설비 4000억원을 더하면 7000억~8000억원이 소요된다”며 “하지만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설치비는 1400억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공업용수로만 사용되지만 기술 국산화 등으로 경제성이 높아지면 하천유지용수, 청수용수 등으로도 활용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하수처리수의 절반 이상을 재활용하다보니 형산강도 그만큼 깨끗해지는 환경적 효과도 따라왔다. 이 소장은 “버려지는 물을 공업용수로 재활용한다는 것이 하수재이용시설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며 “물 자원을 아끼고 공업용수를 싸게 공급하는 것 뿐 아니라 영산강 수질 오염도 줄여주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하수처리장 유입수와 정화작업을 거친 재이용시설 공급수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하수처리장 유입수와 정화작업을 거친 재이용시설 공급수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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