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대신 '안전신문고' 앱 강제하는 정부

'안전' 대신 '안전신문고' 앱 강제하는 정부

세종=정혜윤 기자
2015.04.27 05:56

정부, 7억여원 들여 개발한 앱 활용도 낮자 공무원에 앱 다운·인증샷 강요

국민안전처에서 만든 안전신문고 어플리케이션(앱)/사진=안전신고 앱
국민안전처에서 만든 안전신문고 어플리케이션(앱)/사진=안전신고 앱

"안전관리가 중요하지 안전 앱 관리가 중요한가요?"

세월호 1주년을 맞이한 중앙부처 한 공무원의 볼멘소리다. 정부의 편의주의식 행정에 대한 자아비판이기도 하다. 발단은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App). 국민안전처가 지난 2월 안전 신고의식 강화를 위해 출시한 앱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위험요인을 발견하면 바로 사진을 찍어 손쉽게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앱 개발에 들어간 예산만 7억7800만원이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광고, 홍보물 배포 등 다양한 수단도 활용했다. 하지만 앱 활용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자 정부는 결국 '동원령'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 20일 일선 공무원들에게 앱을 다운받고 인증샷을 찍어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부 공무원들은 때아닌 '안전신문고 앱'을 다운받고 인증샷을 찍느라 바쁜(?) 일상을 보냈다. 일부 학교에도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신고가 채택되면 신고 1건당 1시간, 최대 10시간의 봉사시간을 인정해주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앱을 다운받고 인증샷을 찍어 올렸지만 일부는 강압적인 행정지시에 반발했다. 중앙부처 공무원 A씨는 "강제로 앱을 다운받으라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안전처 관계자는 "공공부문이 선도해 안전신문고를 활용하고 국민들에게까지 전파하자는 의미에서 다운받도록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안전을 위한 앱인지 앱을 위한 안전인지…"라며 비꼬기도 했다. 안전신고 앱은 세월호 사고 이후 일상생활 속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큰 재난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앱을 통해 찌그러져 떨어질 것 같은 교통표지판, 휘어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등, 덮개가 파손된 맨홀뚜껑 등 문제 사진을 찍고 위치를 설정해 신고하면 접수가 완료된다. 안전처에서는 이렇게 들어온 민원을 7일 이내에 처리한 뒤 문자나 이메일로 결과를 통보해준다. 하지만 앱이 안전 신고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앱에 구축된 콘텐츠는 안전신고, 안전뉴스, 정부부처에서 만든 교육자료 영상이 전부다. A씨는 "일단 다운받으라고 해서 하긴 했는데 아직 사용해보지도 않았다"며 "위험요인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무용지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용방법이 불편하다는 불평도 나온다. 실제로 앱을 이용한 시민들은 회원가입 때 실명인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 화면이 느리게 넘어가는 등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안전처 관계자는 "이제는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인증절차 없이도 안전신고가 가능하다"며 "시민들의 불편 사항을 개선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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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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