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자원 시대가 온다-①]나고야의정서 발효 1년... 생물자원은 곧 '국부'

"이곳은 외부에 공개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해양생물자원은 곧 국부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4일 찾은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두께가 10센티미터(cm)는 넘어 보이는 두꺼운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또 하나의 문이 나왔다. "이곳에서 2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안내를 맡은 김성용 선임연구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시계를 들여다봤다. 해양생물 표본을 보관하는 수장고에 들어가기 전 '전실'에서 기다리며 우리 몸이 수장고 내부와 같은 습도와 온도로 맞춰진 뒤에야 수장고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수장고는 일정한 습도와 온도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중구조로 된 문을 지나 들어선 수장고안에는 이동식 진열대에 수백여종의 어류표본이 나름의 분류체계에 따라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채집위치, 채집시기 등이 적힌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어류는 살아있을 때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김 연구원은 "이게 다 미래의 생물자원 확보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전·연구' 동시에…생물자원 전쟁의 '첨병'
지난해 10월 생물자원 활용이익의 일부를 원산국과 공유해야하는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된 이후 해양생물자원은 더 이상 인류의 공통자원이 아니다. 자원을 보유한 해당국가의 자산이다. 특히 최근 해양생물을 활용해 만든 신약, 신소재 등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해양생물은 질병, 자원고갈 등 인류가 해결해야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열쇠이자 차세대 신산업 창출의 보루로 떠올랐다. 해양생물자원을 활용해 신약, 신소재 등을 만드는 해양바이오산업의 세계시장규모는 2013년 기준으로 약 37억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평균 5.7% 씩 성장하고 있어 2018년에는 약 49억달러9약 5조6000억원)까지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이처럼 해양생물자원을 확보하고 미래의 신시장인 해양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탄생됐다. 특히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남한 육지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넓은 해양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풍부한 해양생물종다양성을 가진 이점이 있다. 최근 아열대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 해양생물종 다양성은 오히려 더 풍부해지는 실정이다. "국내에 서식중인 생물종 목록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류부터 미생물까지 모두 확증표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김 연구원은 해양생물자원관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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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까지 해양생물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보존, 연구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국가소유의 해양생물자원의 국제적 권리를 인정받고 해양생물자원 관련 시장규모 확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해양생물자원관을 분리했다. 약 6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초 처음으로 개관했다.
해양생물자원관은 약 32만5000제곱미터(㎡)부지에 총사업비 1383억원을 들여 건립됐다.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전시동·교육동, 연구시설과 수장시설이 갖춰진 연구행정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수장고는 총면적 4036제곱미터(㎡) 규모로 지어졌다. 현재 수장고에 보관된 생물표본은 척추동물, 무척추동물, 해산식물, 미생물 등 40만6250점, 4554종이 보관돼 있다.
생물표본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시설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표본을 원형 그대로 영구보존하기 위해 수장고의 온도는 20±2도(℃), 습도는 50±5퍼센트(%)로 항상 유지된다.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천장에 달린 장치에서 가스가 나와 조기에 진화가 가능하다.
표본은 각각의 특성에 맞는 과학적 보존처리방법을 이용해 관리되고 있다. 어류의 경우 주로 액침표본으로 보관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슬라이드 표본으로 제작되거나 영하 80도(℃)의 초저온 냉장고(deep freezer)에 보관된다. 제작된 표본은 바코드를 부착, 생물자원관 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돼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바다가 미래다…해양생물자원 2030년까지 350만점 확보
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명공학분야의 첨병이다. 그러나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은 상황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해양생물자원관이 확보하고 있는 생물자원은 4500여종. 국내에서 서식중인 것으로 확인된 해양생물(9500여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보다 약 100여년 먼저 해양생물자원 데이터를 구축해온 미국과 일본 등은 우리보다 약 100여배 많은 표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생물자원관은 2030년까지 2만종 350만점을 확보해 중장기적으로 해양생명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할 계획이다.
응용연구분야는 아직 실험실 설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연구동 3층에 위치한 융복합연구본부로 올라가보니 대부분의 실험실이 실험장비 등을 설치하느라 분주했다. LMO(Living Modified Organisms·유전자를 변형한 생물체) 연구실에서만 DNA 분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었다. 해양생물자원관과 별개로 해양과학기술연구원에서 응용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해양생명자원 확보 및 기초인프라 구축 작업과 시너지를 내기위해서는 응용연구분야도 하루 빨리 자리를 잡는 것이 필요하다. 정춘구 융복합연구본부 활용기반연구팀장은 "아직 연구원 정원도 다 뽑지 못했다"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해양생물의 유전체정보를 통합관리할 '해양수산생물 유전체정보센터'도 해양생물자원관에 구축된다. 해양수산부는 2021년까지 해양수산생물 유전체 연구를 통해 해양생물 100종, 수산생물 10종 및 미생물 유전체 분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전체는 모든 유전정보의 총합으로 '생명체의 설계도'라고 불린다. 올해 기준으로 10조30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25%의 성장세를 보이있다. 유전체 정보는 유용한 유전자 발굴, 바이오신소재, 신약 개발 등에 이용될 수 있어 현재 해양과학기술원에서 진행중인 해양바이오산업기술개발 연구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물자원관은 생물표본의 확보·보전 외에도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사람이 미래'라는 생각에 따라, 누구나 방문해 생물자원의 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관은 운영중이다. 고래, 상어 등 해양생물표본 8000점이 전시돼 있다. 올해만 21만명이 다녀갔다. 전시 해설을 맡고 있는 김효수 해설사는 "아이들이 해양생물을 직접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이곳에서 미래의 해양생물학자의 꿈을 키울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